빌리 엘리어트(영화)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대학 졸업 후 사회적 기반을 다지기위해 한창 고군분투했던 시기였다.
그 당시 영화의 초점은 빌리라는 11살짜리 어린 아이였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노력한 끝에 좋은 성과를 이루어내는 모습을 보고 감동과 도전을 받았다.
남자는 축구 아니면 권투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결국은 발레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허락 받고, 그토록 염원하던 발레리노가 되어 큰 무대에 주인공역을 맡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참으로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 접하게 된 빌리 엘리어트란 영화는 빌리가 아닌 그의 아버지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잠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들여다보자면,
1980년대 중반의 어느 영국의 쇠락해가는 탄광촌이다. 탄광을 비롯한 여러 산업을 폐쇄하려는 정부에 대항하여 노동자들은 파업을 단행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 속에서 결국 산업은 구조조정되고 영국의 모든 탄광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먹고 살 길이 끊겨버린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아버지는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하는 현실에 자책한다.
그리고 파업의 반대편에 서서 다시금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가슴은 전율로 요동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리털이 쭈뼛쭈뼛 섰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11살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다른 건 몰라도 구슬치기를 즐겨 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 당시 가게에서 30알에 100원이었는데, 나는 60알에 100원을 받고 구슬을 팔았다.
구슬치기로 보유한 구슬이 대략 오천알정도 되었다.
빌리와 같은 집중력으로 동네 구슬들을 다 모았던 것이다.
11살 그 당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과 최선으로 구슬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구슬치기의 유행은 사라지고 넘쳐나는 구슬들은 엄마의 화분 꾸미기 소품으로 사용되고 말았다.
함께 영화를 본 12살 된 아들도 분명 아버지 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빌리라는 또래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 되었을 것이다.
2001년도에 첫 상영된 ‘빌리 엘리어트’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졌다.
그리고 이번 2017년도 1월에 ‘빌리 엘리어트’가 재 상영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영화관에 찾았으면 좋겠다.
백 마디 말보다 한 편의 영화가 아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선 꼭 한번 아들에게 이 말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들아,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