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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하여

시선끌기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세 명의 자식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몇 달 전에 다니던 학교를 옮겼다.

스포츠 센터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한 번은 평일 날 쉴 수 있다. 그래서 셋째를 마중하러 초등학교에 갔다.

둘째는 곧바로 태권도 차가 와서 태권도장으로 향하고, 첫째는 오후 2시에 끝난다.

그런데 마침 점심시간이라 첫째를 운동장에서 만났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셋째와 함께 첫째에게 다가가 아는 척을 하면서, 내가 리성이 아빠라는 것을 리성이 친구들에게 각인시켰다.

리성이는 멋쩍은 듯이 내 행동을 끊고 가라고 손으로 떠밀었다.

그런 후 셋째와 잠시 놀이터에서 놀다 가려고 손에 든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철봉을 잡았다.


팔을 당겨서 몸을 한 바퀴 회전하여 아랫배에 철봉을 걸쳤다.

그리곤 아랫배를 철봉에 댄 채 힘차게 공중 돌기를 하면서 착지했다.

그 모습을 본 첫째는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리성이와 친구들은 내 주위로 몰려 왔다.

내게 철봉 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앞다투어 애원했다.

친구들이 리성이에게 한 마디씩 한다.

“너네 아버지 정말 대단하다.”

그 말을 들은 리성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입가에 실웃음을 지어 보였다.

철봉도 써먹을 때가 있다니…. 당분간 리성이의 주가가 좀 오르겠지.


세상의 모든 아빠는 자식을 위해서 광대 노릇까지 마다치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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