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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하는 것

프로야구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2017년 6월 24일 토요일.
모처럼 맞는 주말 여유다. 한 주간 쉴 틈 없이 살았다.
프로야구를 보려고 기다렸다. 비가 와서 우천 취소가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내가 응원하는 두산 경기가 시작되었다.
초반에 득점한 4점을 잘 선방하여 7회 말까지 4대 1로 끌고 갔다.

그러나 8회에 4대 8로 역전당했다. 악몽이었다.
그간 두산은 다른 팀을 상대로 8회에 역전을 많이 이루었지만, 오늘은 역전을 당했다.
순간, 그동안 두산에게 역전을 당했던 상대 팀과 상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서 아이들이 내 고함을 듣고 눈치를 보았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경기는 두산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대로 4대 8로 역전패했다. 야구를 보고 아이들과 영화 한 편 보려고 했는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려 올라 영화를 보려고 했던 계획을 뒤집어 버렸다. 아이들의 불만을 언어 무력으로 눌렀다. 이내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흐르고 아이들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야구는 참 묘한 경기다.
대략, 3시간 반이 지나야 승패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봄부터 초겨울까지 시즌이 진행된다.
손바닥 뒤집듯이 경기가 이내 역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스톱에서 나오는 언어가 있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
그런데 야구는 첫 끗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치고 나가야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다. 뒤늦게 시동이 걸리면 나중엔 결국 페이스가 쳐지게 된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을 수 없다. 자기 경영이 필수다.
감독의 판단 착오로 경기를 내주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한 사람의 실수로 패하기도 한다.
그 반대로 한 사람의 크레이지 선수로 경기에서 이기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변수로 인해 야구는 나를 미치게 한다. 몰입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그래서 한 경기, 한 경기에 내 마음이 바닷물결처럼 요동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 앞에선 널뛰는 기분을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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