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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Jan 22. 2020

엄마와 장모님

엄마는 전화를 잘 안 하신다. ‘자식들이 먼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시다.

장모님은 전화를 자주 하신다. ‘용건이 있는 사람이 먼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시다. 나의 엄마는 내가 전화를 잘 안 한다고 못마땅해하시고, 아내는 장모님이 너무 전화를 많이 하셔서 가끔 짜증을 낸다.


나이가 들면 어머니는 두 부류로 나뉘는 듯하다. 자신을 챙겨주기를 바라는 경우와 자식을 챙겨주기를 원하는 경우다. 엄마는 결혼 후 사회생활을 접고 오로지 가정주부로 한평생을 보내셨다. 사회 물정을 잘 모르시는 구시대의 표본이다. 엄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신다. 최순실이 나쁜 짓을 한 것은 알지만 구체적으로 잘 모르신다.

장모님의 경우는 완전 다르다. 그리고 한 번도 일을 놓지 않으셨다. 부동산부터 시작하셔서 음식점 및 일당 잡부까지 돈이 되는 일이라면 시간과 날짜를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사회로 뛰어드셨다. 장모님은 최순실의 작태들을 낱낱이 꿰뚫고 계신다.


엄마는 운동을 거의 안 하신다. 집안일을 손수 하시니 하루 운동량이 꽤 되긴 하는 것 같다. 엄마는 어깨가 아프셔서 한동안 치료를 받으셨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신 듯하다. 또한 무릎은 퇴행성이 심해져서 두 무릎에 인공관절을 박아 넣으셨다. 많이 걸어  다니시지도 않으셨는데 무릎 연골이 금방 닳아 없어진 것은 추측건대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거나 또는 바닥을 쓸거나 하는 집안일을 많이 하셔서 그러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장모님께서도 어깨가 아프셔서 병원 치료를 받으셨다. 원인은 석회건염이었다. 유독 오른쪽으로 일을 많이 하셔서 오른쪽 어깨에 칼슘이 많이 침착했다. 석회건염의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힘줄의 손상과 복원 과정 중 산소공급과 같은 혈류의 장애로 나타나는 증세다. 석회건염은 어깨 치료 중에서도 가장 예우가 좋지 않다.

최근에는 기침하다 허리가 뜨끔하더니 허리 주변으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셨다. 진단명은 척추관 협착증이었다. 무릎 또한 말은 안 하시지만, 퇴행이 많이 진행되신 듯하다. 그래도 자주 산에 오르시면서 운동을 하셔서 관리는 잘 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은 두 분의 어머니를 동시에 만나 뵙고 왔다.

동시대를 살아오신 두 분이지만, 각기 다른 시대에서 살고 계신 듯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튼, 무병장수하셔서 오래오래 함께하시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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