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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트니스 큐레이터 Mar 04. 2020

계약직의 한계와 90년생의 직업관

미생/90년생

코로나 19와 함께 3월을 열었다. 4월은 더는 함께 하고 싶지 않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경제 한파는 내게도 찾아왔다. 퍼스널 트레이닝이 주 업무인 내겐 회원과 일대일 접촉은 필수 사항이다. 무엇보다도 센터 입장 자체를 껄끄러워하고 있어서 수업이 반 토막 났다. 그래도 코로나 19에도 불구하고 수업하러 오는 회원이 마냥 고맙기만 하다. 물론 수업을 연기한 회원의 속마음도 백분 이해한다. 내가 회원이었어도 쉽게 결정하지 못할 듯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주말과 주일을 집에서 보냈다. 아내가 ‘넷플릭스’라는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업체에 가입했다. 접속한 순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중 눈길이 가는 제목이 있었다. 바로 ‘미생’이다. 예전부터 보려고 마음먹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터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시간을 집에 머물게 되어 이번 기회에 전편(20국)을 다 보기로 마음먹었다.

토요일부터 주일까지 꼼짝 안 하고 다 보았다. 주일 오후 8시가 다 되어 20국이 끝났다. 이틀간 잠도 거의 안 자고 본 것이다. 너무 몰입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웃다가 울다가 너무 감정을 내놓았다.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였다. 평생 계약직으로 근무한 내겐 더욱 울림이 컸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내 견해를 적어 본다.

끝내는 계약직인 장그래는 많은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불발되어 계약 해지가 되어 회사를 나오게 된다. 그처럼 많은 활약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정규직이라는 철옹성은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회사는 애당초 고졸 출신은 정규직으로 전환을 고려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한 사원은 없는 듯했는데, 왜 회사는 장그래를 버려야만 했던 것인가? 다시 새로운 사원을 뽑는다면 재교육에 대한 물적 시간적 투자를 해야 하는 데 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예외를 두지 않으려는 회사의 강한 의지인 듯하다. 아무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고졸 계약직이라 할지라도 회사가 미리 만들어 둔 매뉴얼을 뒤엎기까지 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대기업으로서는 껄끄러운 판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용인되면 제2의 장그래, 제3의 장그래가 나오면 그때도 정규직으로 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에 만들어 놓은 입사 기준도 위태로워질 것이며,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에 생채기(고졸도 들어오는 회사)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누구나 선호하는 대기업의 매력이다. 예외를 두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울타리 치기.

대기업은 한 번 정규직이 되면 웬만한 비리가 아닌 이상 끝까지 정년을 보장해 주는 의리가 있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대기업 공채에 목숨 거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는 80년대 생을 끝으로 사라져 버렸다. ‘미생’이라는 드라마 또한 신입생이 얼추 80년생을 염두로 그린 작품 같다.


현시점의 사회 초년생인 90년생은 대기업의 수직 구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야근까지 하면서 회사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과 삶의 조화를 강조한다. 아무리 대기업이 주는 혜택이 좋다고 할지라도 많은 업무량을 감당하면서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90년생들은 대기업으로 향하지 않고 공무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즉 정년이 보장되며 열심히 하되 칼퇴근 후 저녁이 보장된 삶을 원한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요새 핫 한 책인 ‘90년생이 온다’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나는 장그래와 같이 2년 단기 계약 후 종료되는 체계는 아니다. 14년간 재계약을 이어 왔다. 성과가 완전 바닥만 아니면 재계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도 이 일을 하는 한 언제 계약 종료 통보를 받을지 늘 초조하기 마련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적 위기는 왔지만 하릴없는 시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삶에 대한 사색을 할 수 있어서 이 또한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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