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외모(appearance)
퍼스널 트레이너는 꾸준한 자기 계발과 회원의 피트니스 모델이 되어야 한다.
“어머! 트레이너 분께서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첫 수업 때 듣는 소리다. 실력은 둘째 치고 호감형 얼굴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인상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네이버 사전)
여기 두 종류의 비행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하나는 정비를 잘 하여 깨끗하고 튼튼해 보이는 비행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녹슬고 낡아서 매우 더럽다. 그런데 엔진은 모두 똑같은 연식이다.
당신은 이 둘 중에 어느 비행기를 타고 싶은가? 그리고 어느 비행기가 더 튼튼해 보이는가? 당연히 후자인 외관이 좋은 비행기를 선호 할 것이다. 외관이 깨끗한 비행기가 인상에 더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어느덧 퍼스널 트레이너로서 근무한지 9년이 되었다. 처음엔 나를 포함한 세 명이 퍼스널 트레이너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6명이 늘었다. 새로 들어온 트레이너는 올해로 26살이다. 그러니깐 나와 14살이나 차이가 난다. 신선하고 외모도 화려하다.
센터에 걸려 있는 트레이너 이력사항을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 연유로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도 다시 찍게 되었다. 현재 사진은 9년 전 모습이다. 역시 사진은 파릇파릇 젊음의 냄새가 났다.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서 스튜디오가 있는 청담동까지 직접 찾아갔다. 나는 예전에 고수했던 얼굴마담의 위용을 뽐내고자 자신 있게 사진사가 지시하는 포즈대로 자세를 취했다. 수십 번의 셔터가 찰칵거리니 마치 잘나가는 한류 스타처럼 느껴졌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프로필에 들어갈 사진이 왔다. 어떻게 나왔을까 기대하고 파일을 클릭했다. 많은 트레이너들이 자신의 얼굴을 기대하며 모든 시선이 모니터에 쏠려있었다. 한 명씩 파일을 열었다. 내 얼굴을 확인한 후 모든 사람들이 합심하여 파안대소를 했다.
실제 잘생긴 내 모습과는 너무도 다르게 나왔다. 그야말로 ‘영구’였다. 나는 즉시 스튜디오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사진사에게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찍은 사진 중에서 제일 상태가 좋은 걸로 골랐는데요!”
전문가의 눈으로 엄선하여 골랐다니 뭐라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했다.
나는 이번 ‘영구사진’사건 이후로 사진 찍기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듯싶다. 그리고 9년간 고수해 왔던 얼굴마담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동안 클럽에서도 이젠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왜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꺼리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링컨이 그랬던가. ‘남자 나이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함께 근무하는 트레이너 중에서 연예인처럼 자신의 몸을 잘 가꾸는 부류가 있다. 그들을 일컫는 말은 ‘얼굴마담’이다. 향긋한 향수에 말끔한 헤어스타일 그리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들의 식사 습관도 본받을 만하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보충하여 적절한 포만감을 유지함으로 식사량을 조절한다. 운동 또한 가까운 헬스클럽을 등록하여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을 이용하여 주 3회 이상 꾸준하게 근육운동과 유산소성 운동을 한다.
사실 수업을 하면서 틈틈이 개인 운동을 하는 것은 보통의 노력 갖고는 지속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다. 퍼스널 트레이닝은 한 시간 동안 오직 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감이 크다. 그렇게 하루 동안 5세션 이상 진행하게 되면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 피로감이 쌓이게 된다. 그러한 가운데 개인 운동까지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하지만 트레이너의 외모는 회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 방법이다. 누구나 제일 먼저 호감을 느끼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외모다.
트레이너라면 좋은 실력을 갖춘 것 이면에 자기 관리를 잘 하여 팔방미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경쟁력인 것이다.
외모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한눈에 받았던 사람이 있다. 그는 췌장암으로 죽었다. 그러나 그가 만든 회사와 제품들은 그를 되살아나게 한다.
그의 이름은 다 아는바와 같이 ‘스티브 잡스’이다.
그의 자서전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민음사>에서는 디자인(외모)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담고 있다. 잠깐 그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다자인은 단순히 어떤 제품의 표면적 모습이 아니었다. 디자인은 제품의 본질을 반영해야 했다. 잡스는 애플의 지휘권을 잡고 얼마 후 ‘포춘’에 이렇게 이야기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디자인은 ‘겉모습’을 뜻합니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건 디자인의 의미와 정반대입니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작물의 근간을 이루는 영혼입니다. 그 영혼이 결국 여러 겹의 표면들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겁니다.” p.543.』
우리말에 ‘얼굴’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가 담긴 속뜻은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얼’은 정신을 말한다. 스티브 잡스 또한 제품의 디자인을 통해 본질을 극대화 시키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디자인을 얼마큼 중요하게 여겼는지 또 하나의 글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다른 대부분의 회사들에서는 주로 엔지니어들이 디자이너들을 이끄는 경향이 있다.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사양과 요구 사항을 내놓으면 디자이너들이 거기에 맞는 케이스와 외형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잡스는 그러한 과정이 반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애플 초기, 잡스가 오리지널 매킨토시의 케이스 디자인을 승인한 이후에 엔지니어들이 회로 기판과 부품 들을 거기에 맞춰야 했다. p.544. 』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CEO로 다시 들어오기 전까지는 엔지니어들이 안에 들어갈 것들인 ‘프로세서와 하드 드라이브’를 만들면 디자이너들이 그에 맞는 케이스를 설계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다시 돌아와서 모든 체계를 뒤집어엎는 선언을 했다.
“우리가 위대해지기 위한 무엇을 만들려면 디자인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애플의 마케팅 담당자인 ‘마이크 마쿨라’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애플의 마케팅 철학은 공감, 집중, 그리고 인상이다.
‘마이크 마쿨라’에게 마케팅에 관련된 배움을 얻을 당시 “가치를 귀속하라”라고 늘 가르쳤다고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서 내용까지 판단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애플 제품의 모든 외면과 포장 뒤에는 아름다운 보석이 숨어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 것을 그는 늘 주지 시켰다고 한다.
이처럼 스티브 잡스가 생각한 제품의 디자인인 ‘겉모습’은 너무도 중요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그가 만드는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광적인 관심을 보였는데 그가 평소에 하고 다니는 모습은 너무도 형편없었다는 것이다.
대학교시절엔 신발도 신지 않고 사워도 하지 않고 수염을 기르고 머리는 깍지 않는 등 누가 보면 걸인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또한 애플을 창업하기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나서 그 회사 회장의 특별 지시로 다들 퇴근한 이후에 그때서야 출근했을 정도였다. 애플의 CEO가 되어서는 그래도 양복의 깔끔함 대신에 청바지와 면티의 편안함을 추구했지만...
외모에 관한 또 하나의 책이 있다. <깨진 유리창 법칙; 마이클 레빈, 흐름출판 >이라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외모에 대한 내용이기 보다는 사소한 것, 작은 것에 대한 위대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은 범죄학에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깨진 유리창 이론'을 비즈니스 세계에 끌어들인 책이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고객이 겪은 한 번의 불쾌한 경험, 한 명의 불친절한 직원, 정리되지 않은 상품, 말뿐인 약속 등 기업의 작은 실수가 종국엔 기업의 앞날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법칙이다.
그러나 사소한 것, 작은 것의 시작은 겉모습인 외모와 큰 영향이 있다.
첫인상의 느낌을 좌우하는 것은 외모다. 기업의 첫인상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어떻게 보면 잘 챙기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사소한 곳이고 작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좋은 기업의 대부분은 화장실이 청결하다. 오래되고 냄새나는 전철역에는 화장실도 마찬가지로 청결상태가 형편없다.
이 책은 스티브잡스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스티브 잡스가 추구했던 디자인과 깨진 유리창 법칙에서 말하는 기업의 인상, 그리고 퍼스널 트레이너가 갖춰야 할 외모 사이엔 공통된 것이 관통한다. 그것은 기본이다. 본질과도 같다. 그래서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말이 달고 깊다.
현재 나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퍼스널 트레이너의 기본은 운동이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가슴은 아래로 흘러서 배에 쌓이고 있다. 처음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했을 때보다 10키로가 늘었다. 3년간 수업 외의 시간을 책과 글에 파묻혀 살다보니 어느새 얼굴과 배가 윤택해 져 버린 것이다. 헐렁했던 유니폼도 꽉 쪼여서 늘 수업시간에 배를 억지로 집어넣음으로 교묘히 가리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회의 시간에 과장님께서 “코어 트레이닝을 지도할 때 선생이 배가 나오면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된다”며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나를 두고 한 말처럼 들렸다.
프로필 사진이 영구처럼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살이 쪄서 얼굴도 샤프하게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생애 첫 다이어트를 하려고 한다.
트레이너서의 기본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다.
트레이너는 꾸준한 자기 계발과 회원의 피트니스 모델이 되는 것이 기본이다.
처음으로 몸이 좋은 그 트레이너가 부럽다는 것을 느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