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인간

배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이루는 최고의 행위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어제 새로 생긴 도너츠 집에서 빵을 고르고 있었다.

먼저 온 여성이 빵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가방을 메고 있던 곳에서 갑자기 강아지 한 마리가 빼꼼이 고개를 내밀면서 도너츠에 코를 갖다 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나는 그 여성에게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강아지를 제제하지 않고 빵을 계속 고르고 있었다. 그녀는 늘 함께 지내는 강아지라 잠시 사람과 강아지의 경계에 대해서 혼선을 가져온 모양이었다. 분명 강아지를 싫어하고 청결에 민감한 사람도 있는 것인데...

그런데 나는 오늘 어제 그 여성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새벽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sns에 올라온 글에 대한 댓글을 달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여성이 말을 건네 왔다.


“죄송하지만, 무음으로 해 주시겠어요.”

‘타다닥 타다닥 타다닥’ 문자를 보낼 때 나는 소리에 잠시 가면(假眠)을 취하는데 자신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나는 그 순간 바로 진동으로 바꾸고 문자를 보냈다.


위의 두 장면은 평상시에 늘 하던 행동이기에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공자가 말했지만, 사람은 본질적으로 누구나 자기 생각, 자기 것을 먼저 챙기는 것이 순리다. 그래서 배려와 관용, 사랑을 나누는 행위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도 그것은 아직 온전치 못하다. 사람들은 가끔 나를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비꼬는 투로 말한다.



역지사지의 순간은 트레이너와 회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찾아온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시간에 대해서 민감하다. 시간에 따라 스케쥴을 맞춘다.

수업 시간에 늦게 도착한 회원을 기다렸다.

10분이 지나도 회원은 오질 않았다. 그래서 회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지금 가고 있어요. 조금 늦습니다.” 회원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는 45분이 지난 후에 도착했다. 알람을 맞춰 놓고 잤는데 알람소리를 못 들어서 늦잠을 자게 되었다는 회원의 미안스러움이 묻어나는 지각에 대한 변이었다.

회원은 어쩌면 늦었기에 다음 타임에 수업을 받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왔을지 모른다. 충분히 그런 생각은 가능하다. 하지만 프리랜서인 내겐 한 시간은 천금과 같은 시간이다. 한 시간을 아꼈더라면 스케줄상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내게 한 시간이 중요한 만큼 회원에게도 한 시간은 너무도 귀한 시간이 되겠구나”라는 것이다.

트레이닝을 받기 위한 한 시간은 회원에겐 빽빽한 스케줄을 조율한 뒤에 내린 결정인 것이다. 사실 트레이닝 한 시간이지만 앞, 뒤로 버리게 되는 시간은 두 시간 남짓 된다. 수업을 받기 위해 오며 가는데 허비되는 시간과 샤워하는 시간을 포함하면 개인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선 적어도 세 시간 이상을 비워둬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일을 하다가 혹은 다른 업무를 보면서 조금만 시간을 내면 하던 일을 마무리 지을 순간인데 시계를 보니깐 개인 트레이닝을 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임박했다. 끝내는 일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수업을 받으러 나선다. 그리고 트레이닝을 받고 돌아오면 전처럼 일에 대한 몰입감이 끌어 오르지 못한다. 맥이 끊겨 버린 것이다.


회원은 회원대로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대로 생각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누구나 공감한다. 다만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하면 좀처럼 용납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회원의 입장에서 바라본 수업에 대한 ‘역지사지’는 이기적인 나에 대한 작은 변화가 되길 바래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퍼스널 트레이너가 갖춰야 할 단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