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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트레이너가 갖춰야 할 단어 8

8.자격증(certification)

퍼스널 트레이너는 반드시 공신력 있는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잠시 트레이너가 되기까지의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엔 트레이너 일을 하지 않았다. 2002년 당시엔 트레이너라는 직업은 체육을 전공한 사람들조차도 생소하였고 설령 알고 있더라도 하찮은 일로 여겼었다. 트레이너는 보디빌더로 통하던 시대였다. 찰흙으로 군데군데 붙여놓은 것 같은 근육질의 트레이너가 유두가 보일 정도의 늘어진 나시를 입고 가슴을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첫 스포츠 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했을 때가 2002년 9월이었다. 그 당시엔 국가 공인 자격증(생활체육 지도자 3급 : 현재는 생활 스포츠지도사 2급)을 갖고 있지 않았다. 사단 법인에서 발급하는 자격증만 갖고 있었다. 그것도 졸업 필수 사항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취득했던 것이다. 그만큼 그때에는 스포츠 센터에서 일하는데 있어서 자격증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난 2005년에 생활체육 지도자 3급 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두 번째 도전에서 성공했다. 그땐 지금처럼 자격증 대비반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많이 없었다. 자격증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기에 먼저 취득한 사람에게 자문을 구해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강의를 나가고 있는 곳에서 자격증에 얽힌 내 얘기를 들려주곤 한다. 정보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리고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시험을 봤던 당시의 상황은 정욕 그 자체였다. 글로 정리해서 옮겨보았다.


『 2004년에는 생체3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기관이 없었던 때라 혼자서 필기와 실기를 준비했다. 주변에 자격증을 취득한 경험자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고 노트에 빼곡히 예상 문제를 정리해 가며 공부를 했다. 시험날짜가 임박해서 보디빌딩 정규 포즈를 동영상을 보면서 자세를 취하다가 시험 당일에 복장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궁금해서 같이 근무하는 생체3급 자격증이 있는 선생에게 물어보았다. “저는 용인대에서 시험을 봤는데 삼각팬티에 상의 탈의 했어요” 나는 그 말이 진리요 생명으로 알고 시험 당일에 볼 삼각팬티를 구하려고 알아보았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수영 선생에게 사각 수영복을 빌려 입으면 되겠다 싶어서 검은색으로 빌렸다.

드디어 시험 날이 찾아왔다. 나는 시합을 앞둔 파이터의 비장함으로 서울대 안에 있는 웨이트장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파이터 같은 얼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드디어 시험이 시작 되었다. “아뿔싸” 그런데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수험생들의 복장이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그런 컨셉이 아니었다. 반팔 나시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입장을 하는 것이었다. 당혹스러웠다. 내 가방엔 단지 사각 수영복뿐이었다.

매사에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썬 매우 난처한 상황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옷을 빌리려고 해도 성격상 낯선 사람에게 말을 못 걸기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내 순번이 다가 올수록 심장이 콩딱콩딱 뛰었다.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복장이 난처해서 자신감을 잃었다. 내 차례가 왔다. 나는 탈의실에서 사각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줍은 표정으로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상의탈의와 신발은 하얀색 농구화를 신은채로......

두 명씩 들어갔다. 내가 시험 볼 때는 칸막이는 없었다. 그래서 견 눈질로 옆 사람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정규포즈 3번”이라는 구호가 떨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슬쩍 옆 사람의 포즈를 쳐다보고 동작이 생각나서 한 박자 늦게 자세를 취했다. 그런 식으로 한 번 더 포즈를 취하고는 바벨과 덤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벤트오버 로우 동작을 해 보세요”라는 지시에 맞춰 연습했던 대로 정확한 동작과 호흡법으로 시범을 보였다. 그런데 시험관은 나의 복장이 너무 우스꽝스러운지 연신 입가에 가는 웃음을 지었다.

실기 시험이 끝나고 곧바로 세 명의 시험관 앞에 서서 구술시험을 기다렸다. “근육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해보세요” 나는 순간 당황했다. 입고 있는 복장에 대한 쪽팔림과 함께 질문의 의도가 아리송했다. 속으로 “그 많은 근육을 어떻게 다 말하지!”하고 망설이다가 “큰 근육만 말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대흉근, 광배근, 둔근, 대퇴사두근이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시험관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정확한 답을 말해 주었다. “근육의 종류를 말할 때는 크게 세 종류로 분류 할 수 있다. 심장근, 내장근 그리고 골격근으로......”

시험을 다 치루고 나와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대로 시험을 보지 못해서 너무 상심이 컸다. 그리고 다시는 사각 수영복에 상의탈의는 하지 않겠노라고 굳게 다짐했다.

더 웃긴 것은 내가 재수해서 다시 생체 3급 시험을 보러 갔을 때 친구로 보이는 수험생들의 대화를 우연찮게 듣게 되었다.

“야! 작년에 졸라 골 때린 놈 봤다.” “사각 수영복입고 상의탈의에 하얀색 농구화 신고 들어간 놈 있었다. 졸라 웃기지?” 』




자격증의 의미란 무엇인가?

다른 주장도 있겠지만, 자격증은(여기서 말하는 자격증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말한다) 직업을 창출하기위해 국가에서 법적 보호를 해주는 최소한의 배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법적 소송이 걸렸을 경우 공신력 있는 국가 자격증은 큰 힘이 되고 결정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국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단법인에서 취득한 자격증은 법적 효용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국가 자격증(생활 스포츠지도사 2급)은 다른 사단 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격증 갱신에 대한 제도는 일체 없다. 사단법인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정)회원 등록하여 회비를 내야지만 기존 자격증의 유효성을 인정받는다.

국가 자격증은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엔 스스로 직업에 대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심화 학습은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그러나 사단 법인은 에프터(after)가 철저하다. 자격증으로 밥 벌어 먹는 사업이니 만큼 충분히 이해한다.


과거 내가 트레이너로 근무했을 당시에 자격증은 국가에서 발급하는 생활체육 지도자(현 생활스포츠 지도사)자격증과 사단법인인 한국선수트레이너 협회에서 발급하는 선수트레이너 자격증 외엔 특별히 내세울 만한 자격증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너무 많아졌다.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외국 자격증부터 시작하여 국내 자격증까지 다양해졌다. 그만큼 운동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현재 함께 근무하는 퍼스널 트레이너들이 갖고 있는 자격증들이다.


Functional Movement Screen Lv. 1, 2 (FMS)

Kettlebell Sport Coach

NASM CES/PES

SFG Lv. 1

TPI Certified

NSCA - CPT

건강관리사(문화체육 관광부)

생활체육 스포츠 지도사 1급, 2급(문화체육 관광부)

한국 선수 트레이너 자격증(한국 선수 트레이너 협회)

대한 선수 트레이너 자젹증(대한 선수 트레이너 협회)

대한 운동사 협회 건강운동사/ 개인 운동사 자격증


대략 대다수 트레이너들이 지니고 있는 자격증만 골랐다. 어느 트레이너는 10가지가 넘는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이중에 네 가지를 갖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순수한 배움의 즐거움이 좋아서고 다른 하나는 오로지 스펙을 위함이다.

물론 중간에 위치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부류는 지극히 극소수다.

회원을 지도하거나 선수들을 트레이닝 시킬 때 벽에 부딪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 고수를 찾아간다. 그들은 늘 더 나은 방법을 배워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된 트레이닝을 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자기계발에 철저한 부류다. 그렇게 하나씩 따다 보니깐 자격증이 많이 쌓이게 된다. 이들은 배움의 즐거움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는 부류라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스펙이 스토리를 이긴다고 굳게 믿는 부류다.

물론 배우기는 배울 것이다. 그러나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 실력은 어느 정도 있는데 백그라운드가 없어서 고민하는 이들이다. 보통 이들은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있다. 폼생폼사를 강조한다. 스펙에 치중하는 것을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찌 됐건 스타일에 맞춰서 회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만 하면 뭐든 좋은 것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이나 센터에서는 아직도 실력보다는 스펙을 먼저 본다.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펙을 강조하는 부류의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몸값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스포츠 지도사 1급 보다는 건강운동 관리사가 더 연봉 테이블에 우위를 갖게 된다. 다른 자격증도 그러할 것이고...


함께 일하고 있는 퍼스널 트레이너들에게 자격증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다.

“ 회원에게 이만큼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회원을 위해 근거 있는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싶어서, 나를 표현하기위한 하나의 도구로써, 회원들이 퍼스널 트레이너를 선택할 때 더 나은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회원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여기서도 핵심은 회원을 향한다. 그리고 위에서 나열한 두 부류로 갈린다. 자기계발과 스펙으로...




향후 미래 직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은 기계가 되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은행은 일치감치 그런 조짐을 보였다. 바로 은행 CD기이다. 또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센터에서도 자동 발급기가 도입됨으로 프론트 인력의 감축이 일어났다. 그런 면에서 맨투맨으로 진행되는 퍼스널 트레이닝은 건재하다. 오히려 인원을 더 충원하는 추세다.

운동에 관한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비전공자들도 트레이너 자격증에 문을 두드리는 사례가 많아졌다. 일반인 대상으로 국가 자격증(생활 스포츠지도사) 시험을 대비하는 교육기관도 많아졌다. 또한 퍼스널 트레이너 양성기관(사단법인)에도 많은 준비생들이 수강을 원하고 있다.

이처럼 운동의 대중화는 자격증의 포화상태를 야기 시켰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공생한다.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공신력 있고 자기에게 꼭 필요한 자격증을 섭렵하여 커리어 하이(career-high)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커리어 하이(career-high)는 보통 운동선수들에게 쓰는 말이다. 능력의 최고치를 찍은 해를 이뤘을 때를 말한다. 프로야구를 좋아하니 야구선수를 예로 든다면, 넥센의 박병호와 두산의 김현수이다. 그들은 커리어 하이(career-high)를 이루어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렇다면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있어서 커리어 하이(career-high)는 무엇일까?

그것은 회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훌륭함을 인정받고 구전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자격증 또한 더욱 돋보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트레이너로 일한지 14년째다. 퍼스널 트레이너로는 얼추 10년이 다 되었다. 14년 세월동안 내가 취득한 자격증은 생활체육 1급(운동처방), 생활체육 2급, 3급(보디빌딩), 그리고 한국선수 트레이너 자격증 이렇게 총 4개다.

더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만큼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되겠지만 높은 교육비가 책정되었다. 물론 강사들의 인권비와 운영비로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면 그만큼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의 질에 비해서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다. 참고로 생활체육 1급 자격증을 취득할 때 들어간 비용은 자격증까지 포함해서 20만원이 안 든 것으로 기억한다.

교육산업은 피트니스의 발전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사항이지만, 그것이 전부인양 선전하는 상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도움이 될 듯하다. 뼈를 깎는 자숙이 필요한 시점이다.


퍼스널 트레이너는 반드시 공신력 있는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격증의 개수는 선택사항이다. 중요한 건 시너지 효과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배웠던 지식들을 트레이닝에 잘 녹여서 회원에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에만 자격증으로써의 가치는 최고치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스펙으로써의 자격증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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