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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nt Binding'을 통한 시너지 효과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수업을 하면서 갑자기 일에 대한 지겨움이 몰려왔다. 지겨움보다는 하기 싫은 마음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일에 대한 진지함이 없어졌다. 수업에 대한 열의도 없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예전과는 달리 열정과 도전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말 그대로 밥벌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 행위를 하고 있다.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나름 의미를 부여하면서 내 일에 대해선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런데 해를 거듭 할수록 일에 대한 열의가 떨어졌다. 왜 그럴까?


현재 내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인 ‘퍼스널 트레이너’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과 운동이라는 테마로 많은 언론과 매스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을 들이민 여파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나는 14년간 꾸준히 한 길을 걸어왔다. 전공에 관한 자격증 취득과 대학원 공부까지 마쳤다. 현장 경험도 많이 했다. 그런데 나는 그저 그런 트레이너다.

밥벌이는 해를 거듭 할수록 불안하다.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자고 일어나면 이런 저런 운동에 관한 지식과 트렌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에 그 많은 것을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이 더욱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갱신되지 않은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함께 근무하고 있는 젊은 트레이너들의 패기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들은 신지식으로 무장했다. 경력도 화려하다. 또한 늘 전공에 관련된 세미나와 책을 섭렵하면서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14년 전의 내 모습과 닮았다.

그렇다면 14년이 지난 나는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다른 것이 있다면 현장에서 경험한 14년간의 시간의 시련을 이겨낸 정도 일 것이다.


지친것일까?


팀의 에이스 투수도 늘 승리를 따낼 수 는 없다. 잘 던지다가 페이스가 떨어질 때도 있다.

나 또한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페이스 조절 차원에서 천천히 가면 된다.




밥벌이가 지겹다고 현업을 그만둘 수는 없다.

무모한 짓이다. 간혹 수십 년 간 하던 일을 접고 다른 일에 도전하여 성공에 이른 사례에 관한 책을 접하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같은 행운이 내게 똑같이 찾아오리란 법은 없는 것이다. 참고 사항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필수 사항은 아닌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환경에 맞춰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그와 관련된 내 얘기를 하자면,

요즘 나는 한 권의 책을 내고자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쓰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드디어 대략의 원고를 탈고하여 출판사로 원고를 송부하였지만 아직까지 계약을 따 내지 못했다. 고심 끝에 어떻게 하면 책을 쓸 수 있을지 책 쓰기에 관한 도서를 여러 권 읽었다. 그러던 중 김병완 이라는 독서 천재가 쓴 ‘48분 기적의 독서’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는 답을 얻었다는 확신과 함께 그대로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3년간 1000권의 독서’를 하면 자연스럽게 책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2주가 지났다. 한 주는 5권의 책을 읽고 간략히 책의 내용까지 정리했다. 그런데 2주가 지나서는 5권의 책을 읽지 못했다. 이런 저런 할 일들이 많이 생겨서 도저히 읽을 시간이 없었다.

‘48분의 기적의 독서’의 저자 김병완이라는 작가는 일을 그만두고 도서관으로 출퇴근 하면서 책을 읽었기에 그만큼의 독서량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그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결과에만 마음이 혹해서 그대로 따라했던 것이다.




밥벌이의 지겨움을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 글쓰기다. 정확히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이다. 현재는 해야 하는 일엔 20%, 하고 싶은 일에 80% 정도라 말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일하는 시간 외에는 하고 싶은 일인 책 읽기와 글쓰기로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잘 매칭하여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이다. 요즘은 이것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선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비던 야구 선수들은 시간이 흐르고 은퇴를 하게 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의 2막을 열면서 열심히 살아간다. 선수에서 코치로, 선수에서 해설위원으로, 선수에서 전력분석원으로, 선수에서 스카우터로...

이들의 공통점은 각각의 재능을 잘 묶었다는 것이다. 야구라는 본업위에 또 다른 재능을 섞은 것이다. 이것을 talent binding'이라고 부른다.

최근에 읽었던 문용린 교수가 쓴 책인 ‘지력 혁명’에서 'talent binding'이라는 개념을 잘 설명해 놓았다. 그것은 다중지능이론인데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주창해 전 세계 교육계에 획기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킨 다중지능이론은 기존의 IQ이론과 EQ이론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간은 언어ㆍ논리수학ㆍ음악ㆍ공간ㆍ신체운동ㆍ인간친화ㆍ자기성찰ㆍ자연친화까지 8가지 지능을 타고난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즉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운동을 잘하는 것도, 사람을 잘 사귀고 자기 자신을 차분하게 반성할 줄 아는 것도 개인의 독특한 지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다중지능이 두 가지 내지는 세 가지 이상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 출신의 해설위원은 신체운동과 언어 지능을 잘 활용한 케이스 인 것이다.


위에서 말한 본업인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라 말할 수 있다. 밥벌이가 지겨운 것이지 잘 못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을 잘 활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이루면 삶의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적용해 보면, 트레이너라는 직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행위를 멜팅하는 것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삶의 자세로 'Talent Binding'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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