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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극복

지극히 단순한 것에서 부터

by 피트니스 큐레이터

프로야구가 한창이다. 고로 나도 야구 시청에 한창이다. 직관(직접 야구장에 가는 일)은 물리적으로 어려우므로 이렇게라도(직방) 교감하고 있다.


잘 나가는 팀에는 그날의 크레이지 선수가 있고 그 선수는 매번 다르다.

그런데 슬럼프에 빠진 선수도 있다. 특히 타자들이 많다. 3할 타율을 유지 하다가 갑자기 페이스가 떨어져 안타를 치지 못한다. 나쁜 볼에 배트가 쉽게 나가고 공도 잘못 본다.

17타수, 18타수, 19타수, 20타수 동안 한 번도 안타를 쳐내지 못하다가 타격감이 갑자기 돌아오는 순간이 있다. 이 또한 자주 헛스윙하던 나쁜 볼을 참아내면서부터다. 슬럼프를 극복한 선수는 성적이 급상승한다.



야구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도 슬럼프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저마다의 극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겪게 되겠지만, 해결책은 어쩌면 간단하면서도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한 번의 나쁜 볼을 참아내는 행위를 통해서 극복하는 타자들처럼 말이다.

나는 글쓰기에 매혹되어 일하는 시간 외엔 온전히 글쓰기에 전념했다.

‘아침에 글을 쓰는 사람이 작가다’라는 글쓰기의 거장,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에 현옥되어...

꽤 잘 쓴 글도 있어서 지인들에게 소질이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글쓰기가 너무도 힘에 겹다. 내 안에 차고 넘치는 것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썼던 글이었는데 갑자기 글쓰기가 어렵고 책상에 앉아 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며칠 전 발표가 났던 글 공모전에 떨어진 이유도 한몫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페이스를 돼 찾았다. 수업 중에 잠시 나눈 대화를 통해서….

그 대화는 잠시 스쳐 가는 짧은 말이었다.

“저는 선생님의 글쓰기 재능이 부러워요”

아내에게 이 말을 들었다면, 혹은 가까운 친구에게 이 말을 들었다면, 그저 그렇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내 글에 대한 평을 들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어둡던 장막이 활짝 걷히고 신선한 바람을 맞는 듯했다.



11년간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슬럼프는 주기적으로 찾아왔다. 돌이켜 보면 그때도 작은 생각의 전환이 큰 도움이 되었다.

트레이너로서 큰 위기가 찾아 왔을 때도 회원이 건넨 말 한마디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생각해보면 나만 바뀌면 해결된다. 상황과 환경은 늘 그대로이다. 어떻게 마음먹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마음 먹느냐가 참으로 어렵긴 하다.



오늘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오랜 타격 슬럼프를 극복하는 시원한 안타를 쳐냈다.

속이 후련했다.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이와 같은 마음일까.

바람이 분다. 힘을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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