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코칭도 때와 장소에 맞게
감정코칭은 아이와 깊은 연결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기술이다. 하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무조건 감정코칭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아이들과 일상에서는 감정코칭을 할 수 없는 때도 많고 하지 말아야 하는 때도 있다.
엄마의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감정코칭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자녀와의 소통법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시간적, 정서적 여유가 없다면 섣불리 시작해서는 안된다. 엄마가 너무 바쁘거나 너무 화가 났거나 매우 피곤한 상태라면 좀 더 엄마의 에너지를 회복한 후 감정코칭을 시도하는 편이 좋다. 감정코칭은 아이가 감정을 충분히 느껴본 후 천천히 말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 엄마 말에 빨리 대답하라고 채근하거나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빨리 문제해결을 하는 것은 감정코칭이 아니기 때문에 아침에 등교하는 시간이나 출근하는 시간에 아이와 감정적으로 대화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이따가 학교 다녀온 후에 이야기하자고 다음을 기약하는 편이 현명하다.
확실하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아이가 공을 줍겠다고 찻길로 뛰어가는데 '정말 공놀이가 많이 하고 싶구나'하면서 마음을 읽어줄 수는 없다. 또는 아이가 차가 다니는 길에 넘어졌을 때도 그 자리에서 '많이 아프겠구나'하면서 공감해 줄 상황도 아니다. 친구하고 치고 박고 몸싸움이 났는데 '너희 둘 다 화가 무척 많이 났구나'하면서 두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도 상황에 맞지 않다. 언제나 신체적 안전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마음이 편안한 정서적 안정감이 중요하다. 주변의 안전함을 확보하고 엄마 마음도 안정적일 때야 비로소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이드해주는 감정코칭이 가능해진다.
관객이 있다면
감정코칭은 엄마와 아이가 1:1로 진솔하게 마음을 나누는 상호작용이다. 다른 사람이 보고 있을 때는 엄마와 아이 둘 다 다른 사람이 의식이 되서 진솔해지기가 어렵고 어색해질 수가 있다. 특히, 형제가 싸우는데 엄마가 감정코칭 해 주겠다며 ‘형이 그렇게 말해서 네가 화가 났구나’라고 말하면 옆에 있는 큰 아이가 반발할 것이다. 이럴 때는 꼭 한 명씩 따로 불러 각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아이가 거짓 감정을 꾸며댄다고 느껴진다면
감정코칭을 하다보면 아이가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감정을 증폭시키거나 거짓으로 감정을 꾸며댄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이를테면 사탕이 먹고 싶어서 엄마한테 과장해서 우는 시늉을 하며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엄마가 동생을 혹은 형을 야단쳐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기가 실제로 화가 난 것보다 더 자기 감정을 증폭시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거나 그만큼 아픈 것 같지도 않은데 엄살을 부린다거나 하는 때가 그렇다.
만약 아이가 거짓으로 감정을 꾸며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엄마가 무조건 감정코칭을 하면서 '그렇구나'하기 보다는 '지금 엄마는 솔직히 네가 그만큼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라고 엄마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보는 것도 좋다. 아이의 감정선을 살펴보고 또, 엄마 자신의 감정선을 살펴보고 서로가 가식이나 위선이 되지 않도록 진솔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엄살을 부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그만큼 화가 나고 억울한 것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지만 엄마 자신이 느끼기에 불편한 감정이 든다면 '엄마는 네가 솔직하지 않은 것 같아'라고 엄마가 먼저 자기 자신과 아이 앞에서 솔직해보고 그 다음에 아이의 반응을 다시 살펴보면 된다. 이런 것이 바로 조율이고 상호작용이다.
엄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위의 경우와 반대로 이번에는 엄마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으로 감정코칭을 시도할 때도 있다. 엄마가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달래는 방법으로 감정코칭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공부하기 싫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공부해야지, 유튜브 보고 하루종일 놀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도 그만 보고 네 할일 해야지. 시작은 공감해주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엄마가 원하는 바람직한 행동으로 결론이 난다면 아이 입장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몇 번 그런 대화가 반복되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진짜로 공감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입으로만 네 마음 안다고 기분 맞춰주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부모 자녀 사이에 신뢰감이 한번 무너지고 나면 다음에 엄마가 진솔하게 감정코칭을 시도하려 해도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엄마는 태도는 부드럽지만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어려운 경우가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있을 때인 것 같다. 엄마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화를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아이에게 감정코칭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속는 경우도 많다. 엄마 자신은 분명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고 그렇지만 바람직한 행동도 포기할 수가 없기 때문에 화 내지 않았으니까, 아이를 억압하지 않았으니까, 아이를 방임하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분명 감정코칭을 한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바람직한 행동을 선택하게끔 해주는 것이다. 엄마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행동은 엄마의 신념일 뿐 아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행동과 다를 수가 있다. 조율이란 복종과 다른 것이다. 엄마가 말하고 아이가 지키는 것이 복종이라면 조율은 엄마와 아이가 서로 한 발 앞에 섰다가 한 발 뒤로 쳐졌다가 하면서 아이와 함께 걷는 것이다. 서로 맞춰 나가는 것이다.
감정코칭을 진짜 잘 하려면 역설적으로 감정코칭을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여건이 안된다 싶을 때 과감하게 감정코칭을 포기하고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다.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에게 열 번 중 서너번만 감정코칭을 해 주어도 아이의 정서지능은 잘 발달한다고 한다. 너무 모든 순간에 완벽한 엄마가 되겠다고 욕심내기 보다는 언제든 편안하게 아이와 연결될 수 있도록 엄마의 회복탄력성을 잘 키워놓고 언제가 감정코칭이 가능한 순간인지, 언제가 감정코칭을 하면 안되는 순간인지를 아는 것이 진짜 지혜로운 감정코치가 되는 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