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통장과 감정코칭

정서적 금수저를 만드는 비결

by 제비

감정코칭이 안될 때

감정코칭을 배우고 나서 실제 생활에 적용해 보면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선, 내 감정이 진정이 안 돼서 감정코칭을 시작조차 하기 싫은 경우도 많다. 또, 감정코칭을 애써서 시도했는데 아이가 매뉴얼 하고는 영 다른,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여서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는 일반적인 케이스가 아니니 연구과제로 검토해 달라고 어디에 기증이라도 하고 싶은 정도다. 혹은 아이의 감정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공감이 안 되거나 공감해 주기 싫은 경우도 많다. 도대체 공룡 이름 짓는 게 뭐 그렇게 큰 일이라고 그렇게까지 마음 상해하는지 말이다. 숙제하기 싫다는 마음은 어디까지 공감해줘야 하나 의문이 든다. 청소년이 되면 엄마의 감정코칭의 시도에 대해 조롱하거나 저항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감정코칭의 개념은 알겠는데 실생활에서 잘 되지 않는 경우에 대해 해법은 언제나 하나이다. 호감과 존중을 더 쌓으라는 것이다.


‖관계 안에서 긍정 정서 쌓아 나가기‖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호감과 존중과 같은 따뜻한 정서를 쌓는 것도 우리가 통장에 돈을 입금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이것을 정서통장이라고 한다. 정서통장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아이에게는 비싼 장난감 선물도 1원이고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는 것도 1원이다. 입금은 작게 여러 번 쌓아 나가야 하고 출금은 한 번에 왕창 빠져나간다. 연구 결과 한번 비난하거나 딴소리하는 등 아이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어렵게 쌓은 긍정 정서가 5배 이상 빠져나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에게 잔소리 한 번 했다면 안아주고, 장점을 찾아주고, 뽀뽀해 주고, 눈을 맞추며 대화해 주고, 따뜻하게 배웅해 주는 긍정 정서 쌓기를 5번 해야 빠져나간 만큼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억울하지만 이것이 우리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라니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언제나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무척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부정적인 정보를 훨씬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불평불만이 올라오고 원망하는 기분이 들 때 나의 이 '기울어진 저울'에 대해 떠올려 본다. 내가 정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게 나에게 조금 불리한 부분을 크게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Small things often

그래서 “Small things often”이라는 말이 참 의미 있는 표현인 것 같다. 작은 긍정적인 정서 교류를 자주 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어제 이 닦았다고 오늘 이를 안 닦아도 되는 게 아닌 것처럼 관계에서 호감, 존중을 쌓아 나가는 것도 매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내 무심했다가 갑자기 생일이라며 값비싼 선물을 안겨주는 행동은 며칠 이를 안 닦다가 하루에 몰아서 2시간 동안 이를 닦는 것과 같다. 잘못하면 내가 오랜 시간 서운했던 감정을 한 번으로 쉽게 해결하자는 것으로 여겨져 오히려 기분이 상해 버릴 수도 있는 것 같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내내 바쁘다가 갑자기 비싼 음식이나 물건으로 아이들 환심을 사려고 할 때 오히려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실천이 중요하다‖


이런 관계의 비결은 사실 배우기 전에도 경험적으로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굳이 배우고 나면 실생활에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우리 아이를 정서적 금수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서통장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나서는 푼푼이 저축하는 기분으로 아침에는 아이들을 부드럽게 스킨십으로 깨워준다. 사람을 안을 때는 6초 이상 안고 있어야 좋은 사랑의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길래 아침에 아이들이 빨리 일어나지 않아도 사랑의 호르몬을 만드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면서 조급해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틈틈이 아이의 장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부정적인 정보에 방점을 찍는 우리의 뇌 덕분에 엄마로서 사실 아이의 부족한 점이 늘 먼저 보인다. 부족한 점을 채워줘야 아이가 더 완벽해질 것만 같은 욕심 때문이다. 내가 ‘기울어진 저울’로 아이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아이에게는 장점도 참 많다는 것을 수시로 나에게 일깨우곤 한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어깨를 다독여주고 넌 엄마한테 정말 큰 축복이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자주 언급해 준다.


엘리베이터에 둘만 탔을 때 ‘심심한데 우리 뽀뽀나 할까’했더니 작은 아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카메라 있어’하고 대답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 또래보다 몸도 마음도 1년쯤 늦게 크는 느낌이 나는 우리 큰 아들한테도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한다. 한 번씩 피곤하면 짜증이 나서 감정코칭이고 뭐고 아이들한테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 들 때는 굉장히 쓸데없는 물건을 아주 비싸게 사는 상상을 한다. 그동안 1원씩 소중히 모은 돈이 단번에 100만 원쯤 확 없어진다고 상상을 하면 진정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역시 푼돈에 민감한 가정주부. 뭐든 돈으로 환산해야 잘 먹히는 것 같다.


올해 우리 집 정서통장에는 잔고가 좀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그동안 내가 좀 피곤하다고 짜증 내고 화내면서 정서통장이 마이너스가 되었던 것 같다. 열심히 배우면서 통장 잔고를 0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부터는 0으로 시작하는 이 통장에 차곡차곡 아이들과의 긍정 정서를 모아봐야겠다. 경제적으로는 넘치는데 정서적으로는 궁핍한 세대라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올해는 경제적 예산만 짤 것이 아니라 화목과 행복에 관한 정서적 예산도 잘 짜봐야겠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작은 행복을 쌓을지 궁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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