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비 Apr 15. 2024

결정적 세계사

한 권으로 알아보는 현대사와 국제정세

‘결정적’이라는 단어는 매력적이다. 결정적 순간, 결정적 장면, 결정적 OOO… 이 ‘결정적’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한인회 도서실에 있는 <결정적 세계사>라는 책을 빼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은 만화로 되어 있어서 읽는데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 한 권으로 제 2차 세계대전부터 21세기까지의 국제정치사를 섭렵할 수 있다는 책 표지의 광고와 추천사들도 매력적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역사는 시험 볼 때 유용하게 쓰고 나서 다 잊어버렸다. 지나간 역사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정세를 잘 연결시켜 그 의미를 파악해야 진짜 역사 공부일텐데 학교 졸업하고 나니 누가 그런 내용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만화로 쉽게 내가 궁금한 요즘 국제 정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됐다. 


책을 읽어보니 이 책 한 권만 가지고 국제 정세를 다 파악한다는 것은 욕심이었다. 원래도 세계사는 복잡한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사는 더 복잡하게 느껴졌다. 전처럼 한 두 나라의 패권국이 주도하는 스토리가 아니라 모든 나라들이 나름대로 발전하면서 스스로의 개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렇게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한 컷의 간단한 삽화와 짧은 문장으로 깔끔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에는 감탄이 나왔지만 이 책의 전체 내용을 다 이해하기에는 내 배경지식이 너무 짧았다. 


그래도 이 책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이 단지 인격이 없는 국가들의 외교 문제에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모든 일의 중심에는 인물이 있었다. 루스벨트, 마오쩌둥, 카스트로, 만델라, 트럼프, 푸틴… 아는 이름도 있었고 생소한 이름도 많았지만 한 국가를 대표하는 중심 인물의 사상과 태도가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국가의 지정학적인 위치이다. 한 국가가 지정학적으로 어떤 장소에 위치해 있는가가 그 나라의 운명이나 전체 세계사의 흐름에 또한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책을 쓴 파스칼 보니파스는 프랑스의 국제정치사를 연구하는 학자이자 현재 파리 8대학에서 국제관계와 지정학을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니 국제정치사를 연구한 학자가 지정학을 강의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만큼 한 국가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정치사는 큰 연관이 있다. 


책은 전체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신생국들은 식민지로부터 벗어나고 미소가 대치하면서 냉전시대로 돌입하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2부에서는 소련의 체제가 붕괴하면서 고르바초프의 개혁 이야기가 나온다. 3부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를 놓고 열강들이 벌이던 경쟁구도가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팔 전쟁 이야기도 나오면서 뉴스에서 들었지만 정확히 몰랐던 국제 사건들의 원인과 상황을 설명해주어 좋았다. 책의 모든 이야기를 다 이해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세계 정치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고 국제 정세를 읽을 때 인물과 지정학이라는 새로운 시각도 갖출 수 있게 된 점은 의미 있는 부분이다. 읽으면서 여러 번 멈춰 인물 이름과 국가의 위치를 검색해볼 수밖에 없었지만 국제정세를 알 수 있는 교양인문서로 좋은 책이다. 배경지식을 가지고 도전하거나 이 책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거나 하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치심 권하는 사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