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이볼 맛을 좌우하는 8가지 비밀

by 전재구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원한 하이볼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하이볼은 만들기 간단하다. 하지만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하이볼 맛을 좌우하는 변수들을 하나씩 살펴본다.


① 글라스의 상태가 중요하다. 당연히 깨끗해야 하고, 차갑게 준비하면 더욱 좋다. 입에 닿는 감촉 때문이기도 하고, 탄산을 더 잘 살리기 위함이다. 시원한 생맥주잔을 생각해 보면 된다. 바에서는 보통 냉장고 등을 이용해서 글라스를 미리 차갑게 준비한다. 단, 냄새가 나는 음식과 함께 글라스를 넣어두지 않도록 한다.


② 얼음이 중요하다. 보통 집에서 하이볼을 만들 때 무심코 정수기 얼음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하이볼 얼음으로서는 최악이다. 금방 녹아서 물이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만들 때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칵테일용 얼음을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사용하면 된다. 얼음은 크고 단단하고 투명해야 한다. 얼음만 바꿔도 하이볼 맛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위스키의 풍미(Flavor)와 단맛(Sweetness)을 더 살리고 싶으면 얼음 없이 만들면 된다.


③ 좋은(적합한) 재료가 필요하다. 당연히 주재료가 맛있을수록 하이볼도 맛있어진다. 강연을 하다보면 간혹 위스키 하이볼의 경우 어떤 위스키가 좋은지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냥 마셨을 때 내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고르면 된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깔끔하고 가벼운 맛의 위스키가 하이볼에 사용하기 편한 점은 있다. 그리고 부재료는 주재료와 잘 어울려야 한다. 단맛이 싫고, 주재료의 향과 맛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면 소다워터를 쓰고, 단맛이 있는 하이볼이 좋은 경우 토닉워터나 진저에일을 쓰게 되는데, 하이볼마다 토닉워터가 더 잘 어울리거나 진저에일이 더 잘 어울리는 경우가 각각 다르다. 믹서(탄산수, 토닉워터, 진저에일 등)는 냉장고에 보관을 해서 차갑게 한 상태에서 사용하면 탄산이 오래 살아 있다.


④ 재료 넣는 순서가 중요하다. 글라스에 바로 만드는 기법을 빌딩(Building)이라고 하는데, 하이볼과 같은 빌딩 기법의 경우 재료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비중이 가벼운 재료를 먼저 넣는다. 비중은 알코올의 함량 즉 도수와 당분의 함량 즉 당도가 작용한다. 알코올은 물보다 가벼워서 같은 조건일 때 도수가 높은 술이 가볍고, 알코올 도수가 같은 경우 당도가 낮은 술이 가볍다. 도수가 높고 드라이한(달지 않은) 술이 가볍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술과 믹서만 섞을 시 주재료인 술을 먼저 넣고, 부재료인 믹서를 넣어야 잘 섞인다. 그리고 부재료가 탄산음료인 경우가 많으므로 탄산을 살리기 위해서 나중에 넣는다. 만약 이 순서를 반대로 하면 재료 위에 재료가 쌓이게 된다. 이렇게 만드는 기법을 플로팅(Floating)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B-52, 푸스 카페 등이 있다.


⑤ 재료 넣는 방법도 중요하다. 탄산음료의 경우 재료를 넣을 때도 맥주를 따를 때처럼 글라스를 기울여서 탄산음료가 글라스 벽면을 타고 흘러가도록 따르거나, 바 스푼을 이용해서 글라스 벽면으로 넣으면 탄산의 소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⑥ 젓는 방법이나 횟수도 중요하다. 바텐더들이 글라스를 저을 때, 바 스푼의 등이 글라스 벽면을 타고 빙글빙글 도는 것을 볼 수 있다. 최대한 얼음을 녹이지 않으면서 섞어주는 것이다. 물론 바텐더처럼 잘 젓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저을 때 한쪽 손은 글라스 밑부분을 살짝 잡아주면 된다. 글라스가 움직이지 않아야 젓기 편하고, 손가락 끝으로 온도를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청결을 위해 윗부분이 아니라 밑부분을 잡아준다. 젓는 횟수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유튜브를 보고 몇 번을 저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답은 없다. 재료의 비율이나 온도, 그리고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젓는 횟수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오래 저으면 묽어져서 밍밍해지므로 젓는 횟수를 달리하면서 내 입에 가장 맞는 횟수를 찾아보자. 특히 하이볼에서는 부재료로 탄산음료를 쓰기 때문에 가급적 많이 젓지 않도록 한다. 바텐더들이 만드는 것을 보면 아예 젓지 않고, 바 스푼으로 얼음을 살짝 들었다 놓는 것을 볼 수 있다. 탄산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이다.


⑦ 가니시도 맛에 영향을 준다. 가니시는 모양에 따라 역할이 다른데, 슬라이스(Slice)는 데커레이션(Decoration)의 개념이 강하고, 웨지(Wedge)는 짜고 담그기 때문에 재료+데커레이션의 개념이다. 보통 바(Bar)에서는 웨지를 글라스 림(Rim)에 살짝 바르고 짜고 담근다. 짤 때는 먹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서 적당한 양을 짜면 된다. 레몬이나 오렌지 필 트위스트의 경우 껍질에 있는 오일을 뿌려주는 것이다. 가니시는 향과 맛에만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글라스에 담그거나 꽂으면 시각적인 효과도 있다. 과학적으로 맛은 입이 30%, 나머지 70%는 뇌(시각, 후각, 분위기 등)가 본다고 한다.


⑧ 분위기도 중요하다. 결국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같이 마시는 사람이다. 장소도 중요하다. 인테리어가 멋지거나, 야외 경치가 좋은 장소라면 더욱 좋다. 내가 좋아하는(혹은 편한) 사람과 멋진 전망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하이볼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이상 8가지 내용을 하나씩 신경을 쓰면 내 하이볼이 더욱 맛있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볼의 황금 비율은 무엇을까? 강연하다 보면 하이볼의 황금 비율에 대한 질문들이 많다. 주재료와 부재료의 이상적인 비율은 무엇일까? 정답은 마시는 사람에게 있다. 소맥을 생각해 보자. 사람마다 선호하는 비율이 다르다. 그렇지만 기본 비율은 있다.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인 위스키의 경우 주재료(알코올)와 부재료(믹서)의 기본 비율은 일반적으로 1:3이다. 1:3으로 섞었을 때 알코올 도수가 10도 내외가 된다. 일단 1:3으로 섞어서 마셔본 후에 좀 더 강한 하이볼을 원하면 1:2쪽으로 가면 되고, 좀 더 약한 하이볼을 원하면 1:4쪽으로 가면 된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에 조금씩 비율을 조정하면서 내 입에 맞는 황금 비율을 찾아보자.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선호하는 비율이 바뀔 수도 있다. 배가 고플 때와 배가 부를 때, 기분이 좋을 때와 기분이 나쁠 때 선호하는 하이볼의 비율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전재구


1-2(카발란 위스키 하이볼).jpg
5-5(스카치 앤 소다, 글렌리벳).jpg
1-1(애버펠디 위스키 하이볼).jpg
5-10(부쉬밀 하이볼).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유명인이 출시한 위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