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음용 방법
요즘 유행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를 기준으로 위스키를 제대로 마시는 법을 설명한다. 그냥 마시면 되지 뭘 따지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알고 마시면 더 맛있는 것은 분명하다.
위스키 제대로 마시는 법
첫째, 적합한 글라스가 필요하다. 특히 싱글 몰트 위스키처럼 향이 좋은 위스키라면 글렌캐런과 같은 위스키 전용 글라스가 있으면 좋다. 글라스는 깨끗해야 하고, 아무런 향이 없어야 한다. 위스키 글라스를 잡을 때는 가급적 밑 부분을 잡도록 한다. 브랜디의 경우 손의 체온으로 데워 마시기도 하는데, 위스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둘째, 잔을 빙빙 돌린 후 향을 맡는다. 향을 맡을 때는 와인의 향을 맡을 때처럼 코를 잔 안으로 깊숙이 넣는다.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알코올 함량이 40%가 넘기 때문에 처음에는 너무 자극적이어서 코를 찌르는 느낌이 들 것이다. 잠시 글라스를 떼고 코를 쉬게 한 후에 2∼3번 반복해서 향을 맡아본다.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향을 두 번째 혹은 세 번째에 느끼게 될 것이다. 셋째, 물을 몇 방울 글라스에 넣고 빙빙 돌린 후 맛을 본다. 이때 바로 목으로 넘기지 말고 5~10초 입안에서 굴려본다.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입 안이 마비되는 느낌이 들 것이다. 조금만 참고 굴려보라. 그러고 나서 입 안 전체에 위스키를 보내고 꿀꺽한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코로 숨을 쉬면서 피니시(finish)를 느껴보자.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시음노트를 작성해 보자.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외관(Appearance)에서부터 향(Nose)과 맛(Taste), 그리고 피니시(Fnish)와 복합성(Complexity), 끝으로 전체적인 밸런스(Balance)까지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이면 내 취향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위스키 시음할 때 피해야 할 것들도 있다.
첫째, 위스키를 시음하기 직전에 미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향과 맛이 너무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너무 매운 음식이나 커피처럼 너무 향이 강한 음식은 피하도록 하자. 둘째, 위스키를 마신 직후에 바로 물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시음하는 경우 중간에 물로 입을 헹구는 것은 좋지만, 피니시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위스키를 마시자마자 물을 마시는 것은 피하도록 하자. 셋째, 위스키에 처음부터 너무 많은 물을 섞는 것은 좋지 않다. 마스터 블렌더들의 경우 대부분 향만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하게는 위스키와 물을 일대일로 섞는 경우들이 있다. 다만 ‘마시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물을 많이 섞어 버리면 다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물을 몇 방울만 섞어 보고, 조금씩 추가하면서 내 취향을 찾는 것이 좋다. 넷째, 무조건 얼음을 넣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뒤에서 상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얼음은 위스키의 향을 없애고, 때로는 쓴맛을 강하게 하기 때문에 좋지 않으니 처음에는 니트로 마셔보고, 다음에 물을 몇 방울 넣어보고, 그래도 마시기 힘든 경우 얼음을 넣어보자.
위스키 시음 순서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시음할 때 어떤 순서로 하는 것이 좋을까? 모든 위스키를 제대로 시음하기 위한 기본 법칙이 있다. 첫째, 알코올 도수가 낮은 위스키부터 높은 위스키로 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캐스크 스트렝스가 있는 경우 가장 뒤에 시음한다. 둘째, 드라이한 위스키부터 스위트한 위스키로 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스카치위스키부터 버번위스키 순으로 가면 된다. 셋째, 기본적으로 연수가 낮은 위스키부터 높은 위스키로 간다. 특히 같은 브랜드라면 12년, 15년, 18년, 21년 순으로 시음한다. 넷째, 향과 맛이 약한 위스키부터 강한 위스키 순으로 시음한다. 그래서 언피티드 위스키부터 피티드 위스키 순으로 시음한다. 그리고 버번 캐스크 숙성 위스키부터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 순으로 시음한다. 다섯째, 위스키와 위스키 시음 사이에 물로 입안을 깨끗하게 한다.
다양한 위스키 음용 방법
위스키는 원액(Neat), 물(Water), 얼음(Ice), 칵테일(Cocktail) 등 음용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첫째, 물이나 얼음을 넣지 않고 실온 상태에서 원액 그대로 마시는 방법을 니트(Neat)라고 한다. 위스키 본연의 향과 맛, 그리고 알코올 그 자체를 즐기는 경우에 적합한 방법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음용 방법인데, 니트는 주로 향과 맛이 뛰어난 싱글 몰트 위스키나 고연산 위스키를 마실 때 선호된다. 위스키를 니트로 즐길 경우 글라스, 온도, 음식(안주), TPO(Time, Place, Occasion) 등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적합한 글라스가 필요하다. 예전에는 위스키를 주문하면 샷 글라스(Shot Glass)와 올드 패션드 글라스(Old Fashioned Glass)를 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싱글 몰트 위스키가 유행을 하면서부터 글렌케런 글라스(Glencairn Glass)와 같은 위스키 테이스팅 전용 글라스와 올드 패션드 글라스를 주는 경우가 늘었다.
둘째, 물(Water)을 몇 방울 넣어서 마시는 방법이 있다. 물 몇 방울은 향미(Flavor)를 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데, 원하는 향미를 찾을 때까지 조금씩 첨가해서 나에게 가장 적합한 양을 찾으면 된다. 어떤 과학자들은 물이 불쾌한 향미를 일으키는 화학 물질을 가두거나, 맛있는 요소를 표면으로 끌어내주는 역할을 한다고 여긴다. 이 방법이 싱글 몰트 위스키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를 한다. 그래서 몰트 바에 가면 워터저그(Waterjug) 등에 물(cool still water)을 담아서 때로는 스포이드를 꽂아서 주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섞는 물의 온도에 따라 미즈와리(찬물), 오유와리(따뜻한 물)로 구분을 하기도 한다. 다만 너무 많은 물을 섞으면 밍밍할 수 있기 때문에 맛을 생각한다면 물이 절반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셋째, 얼음(Ice)을 넣어서 마시는 방법이 있다. 얼음도 종류가 많은데, 주로 제빙기 얼음인 큐브드 아이스(Cubed Ice) 혹은 아이스 볼(Ice Ball)을 많이 사용한다. 요즘 대부분의 몰트 바에서는 아이스 볼 등 다양한 형태의 얼음을 구비하고 있다. 예전에는 칼과 송곳 등을 사용한 아이스 볼 카빙(Ice Ball Carving)을 통해 아이스 볼을 만드는 모습을 고객에게 직접 보여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보통 아이스팜과 같은 특수 얼음 전문 업체에서 주문을 해서 사용한다. 2010년대 싱글 몰트 위스키 유행 초창기에는 아이스 카빙 여부 혹은 아이스 볼 보유 여부에 따라서 그 업장의 수준을 판단하기도 했다. 보통 이 방법은 위스키가 너무 강하다고 느끼는 경우에 사용하는데, 얼음을 넣어서 마시면 부드럽고 시원하지만 향과 맛은 약화되는 단점이 생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쓴맛이 강조되기도 한다. 그래서 싱글 몰트 위스키처럼 향과 맛이 뛰어난 경우에는 가급적 얼음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부득이 사용을 하더라도 제빙기 얼음보다는 천천히 녹아서 묽어지는 속도가 느린 아이스 볼과 같은 얼음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대신 숙성 연수가 짧은 위스키는 알코올 향이 강하고 거친 면이 있기 때문에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얼음을 넣어서 마셔도 좋다. 얼음이 작을수록 묽어지는 속도가 빠르다. 집에서 사용하는 정수기 얼음은 지나치게 빨리 녹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얼음 대신 스테인리스 큐브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선호하는 방식은 아닌 듯하다.
넷째, 칵테일로 즐기는 방법이 있다. 칵테일에는 사워(Sour), 콜린스(Collins), 슬링(Sling), 토디(Toddy)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최근 유행하는 하이볼(Highball)도 칵테일의 일종이다. 칵테일이나 하이볼은 저도주(低度酒)를 선호하는 트렌드의 영향도 있고, 위스키 업계로서는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위스키(Whisky)로 만든 대표적인 칵테일로는 갓 파더(God Father), 뉴욕(New York), 러스티 네일(Rusty Nail), 로브 로이(Rob Roy), 리멤버 더 메인(Remember the Maine), 맨해튼(Manhattan), 민트 줄렙(Mint Julep), 버번 콕(Bourbon & Coke), 불바디에(Boulevardier), 핫 토디(Hot Toddy), 뷰 카레(Vieux Carré), 사제락(Sazerac), 아이리시 커피(Irish Coffee), 올드 패션드(Old Fashioned), 위스키 사워(Whiskey Sour), 페니실린(Penicillin), 페이퍼 플레인(Paper Plane), 홀인원(Hole-In-One) 등이 있다.
위와 같이 같은 위스키라도 마시는 방법이 다양하고, 마시는 방법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정답은 없으며, 무작정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를 필요는 없다. 향과 맛이 뛰어난 싱글 몰트 위스키를 가장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 물 몇 방울이라고 해도 반드시 그렇게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니트로 마셔도 좋고, 얼음을 넣어도 좋다. 스페인에서는 콜라와 섞기도 하고, 중국에서는 차가운 녹차와 섞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나에게 가장 맞는 음용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상황에 따라 그 방법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한 가지 방법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하게 위스키를 즐겨 보자. 결국 함께 마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전재구(한국음료강사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