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우즈 인사이트
"PR이요? 우리 아직 시작하기 이른 것 같아요."
"보도자료 몇 번 배포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스타트업들이 PR에 대해 가지는 전형적인 질문들입니다. 글로벌 테크 기업, 국내 대기업, PR 에이전시에서 18년간 PR을 담당하며, 최근에는 해외 유명 유니콘 기업과 다양한 스타트업의 홍보를 맡고 있는 저에게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PR을 단순히 '언론 홍보'로만 이해하거나, 제품이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PR 활동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스타트업 현장에서 느끼고 배운 것은 PR은 사업 초기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보도자료는 전체 PR 활동 중 단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죠. 특히 스타트업의 PR은 첫 6개월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기가 향후 2~3년의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은 제가 겪은 시행착오와, 지금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PR 실무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첫 6개월 동안 어떤 전략과 실행 계획으로 PR을 준비해야 하는지, 특히 첫 달의 실행 로드맵을 단계별로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PR을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흔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PR 예산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어떤 언론사부터 공략해야 하나요?"
하지만 이런 고민은 Month 1 단계에서는 시기상조입니다. 첫 번째 달은 PR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는 시기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핵심적으로 해야 할 세 가지를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Step 1.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말할 것인가?
PR의 시작은 브랜드 메시지를 정립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1.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Problem Statement)
고객이 겪는 가장 큰 불편함은 무엇인가?
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기여하는가?
2. 왜 우리여야 하는가? (Why Us)
우리 회사와 제품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고유한 가치를 제공하는가?
3.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 (Vision Statement)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과 고객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실무자 Tip
"저는 창업자와 1:1 미팅을 세 번 이상 진행합니다. 첫 번째 미팅에서는 창업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두 번째는 제가 정리한 메시지를 피드백받으며, 마지막에는 실제 기자를 만난다고 생각하고 리허설을 합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나중에 PR 방향이 쉽게 흔들리더라고요." – L사 PR팀장 김OO
Step 2. 우리만의 차별점 찾기
PR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우리만의 차별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진부하거나 추상적인 표현으로는 언론과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습니다. 차별점 발굴을 위한 5단계 프레임워크를 소개합니다.
1. 산업의 Pain Point 리스트 작성
시장에서 고객들이 불편해하거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2. 우리 솔루션의 독특한 해결 방식 정리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Pain Point를 해결하는 방식의 차별성을 구체화합니다.
3. 경쟁사 대비 정량적 비교우위 도출
비용, 성능, 고객 효용 등에서 명확한 수치나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4. 고객 피드백에서 반복되는 키워드 분석
고객 인터뷰와 피드백에서 자주 등장하는 긍정적인 단어를 분석합니다.
5. 창업자만의 독특한 배경이나 스토리 발굴
창업자의 경험, 철학, 비전을 연결해 경쟁사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스토리를 만듭니다.
현장 인사이트
"토스가 '금융의 수고로움을 줄인다'는 메시지로 언론과 소비자를 설득했을 때,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했죠. 대부분의 핀테크 기업이 '혁신'을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고로움'이라는 메시지가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내며 성공적인 PR 사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Step 3. 미디어 맵 그리기
PR 활동에서 언론 및 기자와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관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미디어와 기자 리스트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세요.
미디어 그룹화 전략
Tier 1 : 전국 일간지, 방송사
특징 : 도달률 높음, 진입 장벽 높음
목표 : 대중적인 신뢰도 확보 및 브랜드 인지도 상승
Tier 2 : 전문지, 경제지
특징 : 전문성 있음, 접근 상대적으로 용이
목표 : 특정 업계에서의 신뢰도 구축
Tier 3 : 온라인 미디어, 스타트업 전문 매체
특징 : 신속한 보도 가능, 진입 장벽 낮음
목표 : 초기 PR 활동 속도감 확보
실무자 팁
"기자 리스트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근 6개월간 작성한 기사'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분야만 보고 리스트를 만들면, 정작 기자님의 관심사와 맞지 않는 자료를 보낼 수 있어요. 저는 기자님들의 최근 기사를 엑셀에 정리하고,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패턴을 분석합니다." – C사 홍보팀 과장 박OO
1주차 : 내부 정비
창업자 및 주요 경영진 미팅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1차 브랜드 메시지 초안 작성
2주차 : 메시지 구체화
주요 고객 인터뷰 (3명 이상)
2차 창업자 미팅, 메시지 피드백
코어 메시지 세분화 (제품별, 타깃별)
3주차 : 미디어 리서치
경쟁사 관련 기사 분석
언론사 및 기자 리스트 작성
미디어 맵 초안 작성
4주차 : 실행 준비
최종 창업자 미팅 (리허설)
보도자료 템플릿 제작
미디어 킷 준비
2개월 차 PR 계획 수립
기본 항목
창업자 및 경영진 미팅 완료
브랜드 핵심 메시지 정립
미디어 맵 작성
경쟁사 차별점 정리
뉴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심화 항목
업계 용어사전 제작
위기관리 시나리오 초안 작성
2개월 차 세부 실행계획 수립
보도자료 템플릿 제작
미디어 킷 준비
PR의 첫 달은 마치 집을 짓기 전 터를 다지는 과정과 같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는 없을 수 있지만, 이 시기에 단단한 기초를 다져놓지 않으면 이후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특히, 브랜드 메시지는 한번 정해지면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고민과 검증이 필요합니다.
PR은 마라톤입니다. 단거리 선수처럼 시작하면 길을 잃기 쉽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시작하세요. 첫 달의 준비 과정을 잘 거친다면, 그다음은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다음 편에서는 'Month 2 : 미디어 관계 구축하기'를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필자 : 장기정님
스왈로우즈 부스터스
기정님은 모토로라-구글-오라클 등의 글로벌 IT 기업 및 국내 대기업에서 18년간 홍보 마케터로 근무했습니다. <돈 없이 언론홍보 하는 방법>, <B2B PR의 비밀>, <링크드인 마스터> 전자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