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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Jan 14. 2022

내비게이션과 뇌비게이션

1종 보통 운전면허 시험.  

시동도 꺼먹고, 기어변속도 제대로 못하여 2번의 탈락 후 3번째 도전에서 간신히 합격을 했다. 면허 시험 후 딱1번 트럭 운전을 해 보았는데 여러 번의 시동 꺼짐으로 동석자가 겁에 질려 바로 운전대를 넘겨주었다. 그 후 1종 보통 면허를 굳이 왜 땄을까 생각을 했다.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나는 길을 잘 찾지 못한다. 방향만 달라져도 혼란스러워진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누군가의 차에 동석하게 되면 나에게 지도를 보며 길을 찾으라는 운전자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차에서는 문자만 보아도 멀미가 나는 사람인데  세상에, 나에게 지도를 찾아서 길을 안내하라니... 왼쪽 오른쪽도 헷갈리는 나에게...

출처: 핀터레스트

그런 내가 면허를 딴 후, 청주에서 대전을 출퇴근하게 되었다. 다행히 복잡한 시내 안쪽이 아닌 입구 정도라 길이 어렵지는 않아 그 정도 길을 찾는 것은 초등생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나같 운동신경도 둔하고, 길치에, 겁쟁이가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주변 친구들 몇몇은 기적 같은 일이라 감탄했는데, 대전으로 출퇴근이라니... 비록 같은 구간만 반복해서 다니는 일에 불과했지만 참으로 기특한 일이었다.




운전을 시작하고 나서 두려운 것은 운전 그자체도 좀 두려웠지만, 길을 찾는 것이었다. 어쩌다가 로운 곳에 가려면 전날부터 걱정이 되었다.  몇 번이나 지도에서 길을 확인하고 빠지는 곳을 종이에  놓는다. 하지만 막상 운전을 하는 길에서는 이정표도 잘 못 보고, 우회전, 죄회전도 헷갈렸다. 몸과 머리와 운전대를 잡은 어깨는 다 굳어버리곤 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라는 엄청나게 획기적인! 길을 안내하는 기계가 나왔다. 내비게이션은 머리 아프게 지도를 보지 않아도 목적지만 찍으면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다. 와 세상에나... 이렇게 친절하고 감사한 기계를 만들어 내다니... 난 내비게이션을 만들어낸 그 누군가가 너무 감사했다. 물건을 사며 그 물건을 개발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 건 처음이었다.


내비게이션은 길을 몰라 헤매는 내게 언제나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었다. 낯선 곳에 가는 것도 두렵지 않게 되었으며 길을 잃어도 괜찮았다. 조금 늦게 도착할지언정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나를 데려다줄 것이라는 확신이 었으니까.  때로는 업데이트를 제때 하지 않아 새로 난 길 대신, 구길 안내로 빙빙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고, 목적지 앞에서 혼란스럽게 안내하여 당황한 적도 있다. 그래도 내비게이션은 내가 운전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준 아주 소중하고 감사한 기계이자 친구였다.




우리는 인생도 길이라 표현한다.

인생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만나고, 사고도 만난다. 누구도 고속대로 같은 탄탄대로만 쓩쓩 지나가는 것도 아니고, 돌부리 하나 없는 꽃길만 사뿐사뿐 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나만 혼자 복잡한 사고 속에 갇혀 제대로 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행복해 보이고, 좋은 것을 갖고, 여행을 다니고,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가보지 않은 내 인생길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다.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엉뚱한 방향으로 혼자 동떨어져 가는 건 아닐까?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너무 험난한 것은 아닐까? 이쪽 길 말고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길은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

출처: 핀터레스트

선택에 확신이 없을 때 생에 대해서 이런 불안감이 크게 올라올 때가 있다. 어떤 험난한 길이어도 그 목적지가 원하는 길이라면 우리는 과감하게 선택하고 나아간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선택한 길이거나, 어떤 막연한 생각으로 선택한 길을 갈 때면 그 길이 두렵기만 하다. 어둠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예상치 못한 어떤 것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그 막연함이 더 두려운 법이다.


인생길에 길을 안내해 주는 인생 내비게이션, 나에게는 뇌비게이션이 있다. 내가 하는 모든 활동을 결정해주는  나의 뇌가 가끔은 오류가 나기도 한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하기도 하고, 가야할 길을 제대로 못찾고 왔던 길에서 뱅글뱅글 돌기만 한다. 기기도 가끔 업데이트를 하듯, 뇌에도 좋은 자극을 주는 책들을 더 읽고 정리하는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니 기능이 떨어졌다.


나의 뇌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다시 입력하고 차근차근 안내에 따라 도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운전해야겠다. 나의 운전길이 불안하지 않도록 가까운 곳을 먼저 가보는 것 좋을 듯 하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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