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친구들이 오면 어떤 아이는 '이모'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아줌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난 꼰대인가, 원래 이모란, 엄마의 자매들이나 엄마랑 친한 언니 동생들 사이에 부르는 호칭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그냥 아줌마라고 불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왜냐.... 난 아들 친구 엄마랑 친하지는 않으니까.
사람들은 내게 동안이라고 말한다. 얼굴도 조금은 동안인 점도 있겠지만 체구가 작은 것도 한 몫한다. 강의나 상담이 있는 날에는 배에 힘을 잔뜩 주고 몸에 피트 되는 원피스를 주로 입곤 하지만 추운 날에는 보온에 많이 신경을 쓰곤 한다. 요즘처럼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원피스 입기가 번거롭다. 스타킹도 신어야 하는 게 번거롭고, 위에 또 뭔가를 걸치면 원피스도 보이지 않기에 옷을 입을 때 고민을 하게 된다.
날은 싸늘해졌고, 오늘은 뭐 입을지 고민이 귀찮아 앞에 보이는 얼룩덜룩한 작은 꽃무늬가 있는 회색 티셔츠에, 스판기가 낭랑한 검정 세미 나팔바지를 입고, 따뜻한 경량 패딩을 입었다. 힐을 신고 현관 신발장 전신 거울에 비친 모습은 뭐, 나쁘지 않았다.
오전 일을 마치고, 코로나로 인해 오후 일이 취소가 되어 언니 가게로 갔다. 언니랑 점심도 먹고, 수다도 떨고, 엄마가 주신 깻잎도 가져올 겸이다.
언니 가게에 가서 경량 패딩을 벗으니 언니가 한마디 한다.
"어머, 너 왜 아줌마 같은 옷을 입었어?"
난 순간 발끈했다. 나보다 4살이 많은 퉁퉁한 언니는 맨날 아줌마 옷만 입으면서..
"옴마야~ 언니가 할 소리는 아니잖어? 그리고 이게 왜 아줌마 옷이야? 예쁜 꽃무늬에 이렇게 어깨에 셔링까지 있어서 얼마나 귀여운 옷인데~"
손으로 어깨 셔링을 강조했다.
"어머, 그래 뭐, 다시 보니 괜찮네"
하며 일단 옷에 대한 이야기는 멈추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집으로 왔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 내 티셔츠(시누가 주었던)
그런데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으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아줌마 옷을 입는 게 당연한 거 아녀?
나는 왜 발끈한 거야?
언니가 말한 <아줌마 옷>이란 의미와 내가 발끈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같은 이유이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아줌마 옷>이란 것은 "뭔가 촌스럽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취향저격 분홍꽃무늬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생각해보니 난 촌스러운 옷이 잘 어울리고 또 좋아한다. 화려한 꽃무늬를 좋아하고, 망사(요즘엔 시스루라 한다)도 엄청 좋아하고, 대학 때부터 할머니, 아줌마 스타일 옷들을 좋아해서 때론 친구들에게 취향 독특하단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그리고 '이런 걸 누가 사 입나?' 싶은 것을 내가 입고 나타날 때 깜짝 놀란다고 했다.
가끔 중요한 날(소개팅 같은), 나 나름대로 신경 쓰고 나갔는데 오히려 왜 이렇게 촌스러운 걸 입었냐고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래, 난 20대부터 나름 아줌마 스타일의 패션을 소화하던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레트로 스타일도 패션으로 봐주어서 나는 가끔 마음에 드는 아주 예스럽고, 촌스런 옷을 살 때도 이젠 눈치를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