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함께 무인 과자점에 다녀온 6학년 딸아이가 갑자기 엄마 핸드폰을 보며 결제내역을 확인하고 싶다고 한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계산이 잘못된 거 같다며 같이 다녀오자고 한다. 동생이 좋아하는 킨더초콜릿 값이 제대로 찍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순간 귀찮음이 훅! 올라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라고 말했다.그랬더니 대뜸 딸이 화를 낸다.
"엄마는 뭐가 괜찮다는 거야~? 계산을 안 하고 왔다니까!"
당황스럽고, 딸의 짜증 섞인 반응에 화도 올라왔지만, 딸의 말이 맞으니 더 이상 내가 화를 내서는 안된다.
도대체 이게 얼마치 킨더장난감인가....
조금 있으니 아들도 뭔가 계산이 잘 안된 거 같은 생각이 뒤늦게 들었나 보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들이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초콜릿 계산이 안된 거 같아. 같이 무인 과자점 다녀와요"
아빠는 징징거리거나 울먹이는 말투에 예민하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기보다 훈계하는 상황이 되는 게 난 싫다. 울먹이는 아들이 더 이상 속상한 상황이 커지면 안 된다. 나는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엄마랑 같이 다녀오자~"
하며 아들 손을 잡고 나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젤리, 과자, 킨더 조이 다 계산하면 5700원이 나와야 하는데 4200원만 결제가 된 거 같다고 한다. 너무 화장실이 급해서 바코드를 막 찍고 나와 집까지도 못 올 정도라 관리사무실 화장실에 들렀다고 했다. 그 급한 상황과 마음이 이해가 되니 아이에게 걱정 말라고 이야기했다.
무인 과자점에는 문구가 쓰여 있다고 했다.
백 원짜리라도 그냥 가져가게 되면 절도죄로 고소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란다. 아들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자신은 절도를 한 게 아니라고 시무룩하게 말한다. 엄마가 다 알고 있고, 엄마가 사장님에게 전화해 주겠다고 하니 좀 안심을 한다.
무인 과자점에 가니 몇몇 사람들이 있으니 아들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계산하고 밖에 나가서 전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귓속말을 한다. 엄마인 나는 마음이 다 보인다.
1500원을 계산하고 계산대 앞에 있는 사장님 번호를 누르며 밖으로 나와 전화를 드렸다. 아들이 옆에서 "화장실이 급해서 빨리 하느라 제대로 못 찍었다"는 말을 꼭 해 달라고 한다.
"사장님~ 저희 아이가 화장실이 급해서 좀 전에 계산을 잘 못했대요. 지금 다시 계산하고 가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고 아들 얼굴을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표정이다.
난 아이들에게 배운 대로 하라 하고, 양심껏 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오늘 엄청 큰 실수를 할 뻔했다.
"적은 금액이니까, 아무도 모르니까, 내가 귀찮으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도둑질에 관대한 모습을 보일 뻔했다. 심지어, 실수를 알아챈 딸아이에게는 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뻔했다. 배운 대로 실천하고, 양심대로 행하는 예쁜 아이들에게 내가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보고 자란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며, 조심해야 하는 일인가. 가끔 내 아이에게 발견되는, 마음에 안 드는 내 모습이 그 <보고 자란 것 >이다.
"듣고 배운 대로"보다 "보고 배운 대로"가 힘이 훨씬 더 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는가. 여러 잔소리 말고, 내가 일상에서 보여주는 것이 진짜 교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