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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May 26. 2022

거절: 어려운 일이지만, 나를 위해 필요한 일.

호구에서 해방하기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들도, 산도, 장미도 찬란다. 하지만 내 생활은 뒤죽박죽이었고, 내 마음은 어수선했다. 핸드폰마저 이상해졌다. 아직 몇개월 더 약정기간이 남았는데....

많은 일이 있었고, 정리고, 또한 진행중이다.


호구냐고, 왜 거절하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과 몸을 막 쓰냐는 이야기를 들으며 6년간 해 온 활동이 있었다. 단순한 호의로 시작된 일이 점점 일이 많아지고 기분좋은 호의 대신 무거운 부담감과 책임감만 커진 상태가 되어버렸다.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이번만, 올해까지만 하며 지내온 시간이 벌써 6년. 시작은 그저 좋은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었고, 그 조직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 일들은 나를 성장시키는 일도 아니고, 좋아하는 일도 아니었다. 취합, 연락, 편집 등을 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다. 여기저기 신경 쓰고 연락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때로는 주말도 늦은 밤도 상관없었다. 그렇다고 신경 쓰고 고생하는 일에 대한 대가라 할 수도 없는 정도의 금액을 받으며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 내가 꼭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나의 소중한 시간에 내 눈과 몸을 너무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가?


중간에 끼인 쿠션 받이 역할, 내게는 의미도 재미도 없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 매번 여기저기 부탁하고 연락하며 내가 죄인도 아닌데, 죄송합니다만...으로 시작하는 문구.

부정 감정과 스트레스가 조금씩 쌓여갔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내가 조금 힘들고 말면 되지 하는 어쭙잖은 착한 척의 배려를 그만하고 싶었. 몇 년간은 그냥저냥 해왔지만 이제는 도저히 내 안에서 들려오는 '할 수 없다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그 마음의 소리를 나는 들어 싶었다.




그간 몇 번 나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단호하지 못했는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작년 말에 정확히, 그리고 단호히 전달했다. 그러나 이번 5월까지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또 거절할 수가 없어 다시 수락을 했다. 그리고 주말에도 밤늦게까지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점검하며 약속한 일들을 모두 정리를 했으나 다시 내게 돌아온 말은 6월까지만... 한 번만 더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죄송하다고, 더 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드린 기한과 약속한 일까지는 모두 마무리가 되어서 더 이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 나는 아주 단호하게 거절했다. 어쩌면 내가 누군가의 부탁을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지금껏 처음이었다. 그 마음 저변에는 더 이상 관가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각오도 함께 했다.


지금까지 애써온 나의 노력과 함께 한 분들에 대한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어색함(불편함 혹은 단절이 될지도 모르지만)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내 물렁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과 억울하다는 지금까지의 억눌린 마음을 이제야 표현하는 안쓰러운 나를 더 존중하고 싶었다. 그 일을 하며 몇 년간 나의 해야 할 일도 뒷순위로 미루기도 했고, 아득히 쌓여있는 집안일을 제쳐두기도 했다.  내 일이 아니기에 오히려 실수 용납이 되지 않아 긴장과 책임감이 따랐다. 이제 그 굴레 같던 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내가.


뒤늦게 본 <이태원 클래스>의 마지막화에서 시한부의 삶을 사는 장대희 회장이  박새로이에게 무릎을 꿇으며 사과하는 척하는 장면이 있다. 새로이가 장회장의 약해진 모습을 보고 용서를 할 거라 생각했지만 '호구로 보이느냐'는 새로이의 말과 표정, 그리고 신나는 ost는 묘한 쾌감을 주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호구라는 말에 예민해졌다.  남편이 보기에는 쓸데없고 이상한 작업을 하며 노트북 앞에 오랜기간 앉아 있거나 주말에도 연신 울려대는 휴대폰 문자에 답을 하고 뭔가를 하는 나에게 답답하다는 듯이 자주 물었다.

"당신이 호구냐고, 왜 계속 그 호구 같은 짓을 하고 있느냐고"


내가 아니어도 조직은 굴러간다. 잠깐 불편한 삐걱댐은 있겠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그 느낌을 가진 채 더 이상 함께 할 이유 없었다. 나 같은 유형은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어렵고 힘들고 보수가 얼마 안 되어도 사람들과 합이 잘 맞고 서로 존중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다.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관계에서든 어느 한쪽이 억울하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재정비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고, 이번만큼은 불편한 나의 냉정함을 존중하기로 한다. 나를 누르고 갑갑하던 일에서 호구같았던 나를 해방시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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