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꽃psy Nov 18. 2022

여전히 못하지만, 좋아하게 된 필라테스

바른 체형을 위해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횟수로 치면 100회는 넘었다. 처음 작을 개인수업으로 20회, 헬스장을 겨 8인 그룹수업이 90여 회 진행되었다. 굽은 등과 어깨,  틀어진 골반이 신경 쓰여 시작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만들어진 틀어짐은 일 년의 운동으로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여름엔 목이 자주 아파 병원을 가니 목디스크라 다.  


하지만 최근에 한의사 선생님 말로는 몇 달 사이 많이 교정이 되어 지속적인 관리만 잘해주면 될 거 같다고 하신다. 


작년 시작한 필라테스는 내게 완전히 사치인 운동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비싼 개인수업을 무슨 생각으로 결제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8인 그룹수업으로 100회 결제한 수업이 거의 마쳐가기에 나는 다시 100회 연장 수업 결제를 하며 마음이 뿌듯했다. 일 년간 꾸준히 수업을 나온 것만으로도 나 스스로가 대견하다.




운동에 유달리 재능이 없다. 그리고 근력도 유연성도 없다. 내 수준에 비싼 수강료를 지불하고 개인 수업을 시작했던 이유는 그런 엉망진창인 내 몸과 운동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했다. 결혼 전 6개월 정도 요가를 배우며 남들과 너무 다른 내 동작에 혼자 부끄러웠고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내 몸이 원망스러웠다.


6개월쯤 요가를 했을 때 요가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늘지 않는 회원님은 처음'이라고 했다.

나도 인정하는 것이었지만, 어린 날의 나는 그런 말을 들은 게 부끄러워 다음 달을 등록하지 않았다. 그저 나무 막대처럼 뻣뻣한 내 몸이 싫었다.




필라테스 1년 차.

여전히 나는 내가 속한 클래스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제일 많이 이름이 불린다. 수업시간에 이름이 많이 불린다는 건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좋은 일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날의 나와 달리 아줌마가 된 지금은 그런 게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분명히 일 년 전보다 나은 자세가 되어 있다. '굽은 등 말린 어깨'를 가진 몸이었는데 지금은 '말린 어깨'만 가진 몸이  것만으로 성공적이다.


여름까지는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1주일에 한 번만 수업을 들었다. 돈이 아깝고 몸을 위해 가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가는 발길이 즐겁지 않았다. 게다가 바쁘다는 핑계로 몇 주를 빠지고 나니 더 수업 가는 게 귀찮았다.


1년 등록했고 회차는 너무 많이 남았고, 12월이 다 가기 전에 소진해야 할 수업 회차가 많았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꼬박 가야만 회차를 소진할 수 있는 계산이 나왔다. 세 달 전부터 회차 소진을 위해 열심히 예약 클릭을 했다.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을 계속하게 되니 최근 들어서야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작은 어설프고, 근력이  없어 너무 힘들지만 자주 하게 되니 조금씩 변화가 느껴졌다. 동작을 하며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거울을 보고 그나마 다른 회원들과 비슷하게 동작을 할 때면 뿌듯하다. 아주 가끔은 칭찬을 듣기도 했다.

선생님은 계속 내게 꼬리뼈를 더 넣으라, 배를 더 넣으라, 등을 더 펴라, 가슴을 더 펴라 계속 말을 하시고 나는 이름이 불릴 때마다 끙끙대며 몸에 더 집중한다.




오랫동안 형성된 내 몸의 잘못된 자세는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 더 이상 뻣뻣하고 이상한 자세로 따라 하는 내 몸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주 조금, 나만 아는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다.


누군가는 원빈처럼 잘생긴 얼굴을 타고나고, 누군가는 주체할 수 없는 끼와 흥을 타고나고, 또 누군가는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 난다.  유연한 몸을 타고나기도 하지만 나처럼 나무토막같이  뻣뻣한 몸을 타고 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뭐 어쩌겠는가...


오늘도 나는 뻣뻣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내 몸을 데리고 필라테스를 배우러 갈 것이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다리 짧고 배 나온 내 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열심히 따라 할 것이다. 여전히 못하지만, 필라테스가 좋아졌다.

출처: 핀터레스트
매거진의 이전글 퍼스널 컬러 전문가 자격증을 받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