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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Apr 19. 2024

남편과 단 둘이 노래방 데이트

남편의 생일이다. 아이들과 함께 상가에 나가 저녁을 먹다가 아이들에게 제안했다.

"우리 같이 노래방 갈까?"

아이들은 노래방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난 아이들의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딸도 아들도 별로 내켜하지 않는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말한다.

"그럼 엄마 아빠 둘이 갈 테니 집에 먼저 갈래?


아이들은 둘 다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하여 난 그 틈에 빠르게 말했다.

"좋아, 그럼 둘 다 집에 가서 씻고, 시험이 다음 주니까 아주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있어 봐. 알겠지?"


그렇게 우리는 내가 친구들 모임이 있을 때 몇 번 가 보았던 '다노래방'으로 갔다.


1시간, 맥주 두병을 결제했다. 내가 노래를 선곡하기도 전에 남편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에 갔다. 난 잘 되었다 싶어 쇼츠에서 자주 보았던 비비의 '밤양갱' 노래를 연습해 보기로 했다.


쇼츠로만 보아서 전곡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자주 들었던 익숙한 구간에서만 목청껏 불렀다. 잠깐의 간주 사이 옆방 노랫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아, 내 노랫소리도 들리면 창피한데?'

하는 생각도 잠시 난 또 혼자 열창했다. 두근두근!!  그런데 점수가 39점이다.


'뭐야, 이건 너무 하는 거 아냐? 어떻게 39점일 수가 있지? 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

난 혼자 기계 점수에 상처를 받았다.


남편이 들어왔다. 무슨 노래를 불렀냐고 묻기에 최신곡 밤양갱을 불러보았다고 우쭐했다. 남편이 다시 불러보라 한다. 난 아까 점수가 신경 쓰였지만 다시 그 노래를 신청했다. 한 번 불러보았다고 노래 부르는 내가 좀 더 매끄러졌음을 느꼈다. 오!! 점수가 나왔다. 88점?


난 신이 났다. 자신감이 차올라 남편에게 제안했다.

"최고 점수를 받은 사람에게 10만 원을 주는 거 어때?"


남편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연애시절 난 남편이 노래를 조금은 잘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조금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목소리가 큰 사람이다. 박자를 잘 못 들어갈 때가 있지만 아는 노래에서는 나름 괜찮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지라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일 년에 두세 번 정도 친구들과 노래방에 다녔으니 내가 주로 불렀던 노래를 해 보려 했다. 남편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니 회식을 하면 자주는 아니어도 노래방도 다니고 했겠지...


난 일단 좋아하는 노래들을 불렀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괜찮다. 첫 곡 밤양갱만 빼고는.


남편도 일단 무난하게 노래한다. 그런데 열창한다. 나를 이기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임재범, 임창정 노래 등 자신이 예전에 자주 불렀던 노래들을 선택한다.


노래를 들으며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너무 젊은 임재범의 모습, 뮤직 비디오 속 임창정을 보며 대학시절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불렀던 생각에 추억이 새록새록 해졌다. 그래도 난 점수가 중요한 사람이니 반드시 점수를 봐야 했다. 93, 88점 등 남편의 점수들을 보니 내가 이길 확률은 더 높아진다.


난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몇 곡 선택했다. 남편은 나의 노래를 듣더니 조금은 놀란다.

"뭐야, 당신 노래 많이 늘었는데?"

그리고 내가 선곡하는 노래들을 좋아했다. 나의 노래들은 남편의 선곡보다 훠얼 최신곡들이었다. 비록 10년은 다 된 곡들이지만.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으로 나는 100점을 받았다. 그리고 이후 다른 노래도 100점, 99점, 98점 등 높은 점수가 전부 나의 노래들이다.


노래방 사장님은 1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계속 서비스 시간을 추가해 주셨다. 난 신이 난서 계속 맥주를 추가하고 노래를 불렀다. 2시간이 넘어가니 남편이 말한다.


"여보, 설마 시간 다 노래할 거야? 당신이 이겼으니까 그만하자!"

"안돼!! 나 다 할 거야. 힘들면 당신은 듣고만 있어. 내가 불러줄 테니."


난 지치지도 않고 노래를 불렀다. 어차피 내기에는 이겼으니 편안하게 노래 연습을 즐겨도 된다. '사랑과 우정사이'를 부르며 예전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내고, '00는 잘 지내고 있나' 떠오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무제를 부르며 지드래곤의 노래를 같이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 싸이의 노래 속 흠뻑쇼 장면을 보며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 보여 우리도 콘서트에 있는 것처럼 함께 소리를 지르고 즐겼다.


너무너무 오랜만에 남편과 노래방에 와서 아주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연애 시절엔 가끔 노래방을 가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난 노래를 그리 잘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몇 곡 부르지 않고 거의 듣기만 했다. 그리고 남편은 발라드 노래를 더 많이 불러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저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들으며 가수를 추억했고, 우리의 젊음을 추억했다. 그리고 조금 더 노래를 잘 부르게 된 나를  대견해했다. 다음에 친구들과 오면 자신 있게 부를 노래들을 몇 곡을 연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시간을 남기고 노래방을 나와 우리는 사격장에 가서 사격도 했다. 남편은 내게 10만 원을 주지 않았다. 대신 옷가게 들러 딸아이의 옷을 주었다.


오래간만에 남편과의 데이트는 생각보다 너무 즐거웠다. 꼴베기 싫은 날도 있고, 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날도 꽤 있지만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니 편안하게 소통이 되는 기분이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 너무 익숙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특별한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 중년의 부부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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