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 아니 사실은 아침에 좀 늑장을 부려도 되는 게 좋다. 남편이야 알아서 회사에 출근하지만 아이들은 깨워서 준비하라 몇 번의 잔소리가 시작되어야 했다. 나의 일도 방학엔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경제적 여유는 없는 게 단점이다.
방학은 여유로워서 좋지만 주부입장에서 방학은 너무 어렵다. 하루 세끼(두 끼인 날도 많지만) 무엇을 먹여야 할까 고민이 시작된다.
"엄마, 오늘 아침 뭐야?"
"엄마, 오늘 저녁엔 뭐 먹어?"
엄마를 부르는 이유의 80%는 메뉴의 궁금함인 아들을 만족시켜 주고 싶다. 하지만 내 사정도 있고, 냉장고 사정도 있으니 매번 만족스러운 식사메뉴 선정은 어렵다.
"오늘은 된장국이야."
라고 말하는 순간 아들의 목소리는
"에휴~ 알았어요."
하며 실망이 가득하다.
"된장국에 삼겹살도 좀 구울 거야"
라고 대답을 하면
"오~~ 예!!!"
하며 바로 텐션이 높아지는 소리에 난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다.
스파게티나 떡볶이를 너무 좋아하는 누나와 달리 아들은 닭볶음탕이나 육개장, 부대찌개 등 빨간 국물에 얼큰함이 있는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좋아한다.
유명식당에서 먹었던 파스타
매번 무엇을 해 먹어야 하나 고민을 하면 계획적인 남편은 영양사처럼 일주일 식단을 짜면 얼마나 편하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난 또 그렇게 짜인 식단대로 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식단 짜기는 더 어렵고 재미가 없다.
유튜브를 보다가 쉬운 조리법의 음식이나 냉장고에 식재료가 있는 것들을 조합하며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더 내 생활 방식에 맞는걸.
내일 아침엔 좀 일찍 나가야 한다. 엄마가 없어도 알아서 먹을 수 있고, 한 그릇에 다양한 식재료가 포함되고, 냉장고 반찬을 꺼낼 필요가 없는 음식.
다행히 카레 한 봉지가 있다. 얼마 전 감자도 어머니댁에서 가져왔고, 양파와 당근도 있다. 소고기와 햄도 있으니 둘 다 넣어서 영양소와 맛의 밸런스도 맞춰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듯하다.
지인들을 만나면 난 자주 묻는다.
"요새 뭐 해 먹어요?"
대답은 비슷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내가 식구들에게 소홀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지, 이 정도 메뉴를 해 주면 괜찮은 건지, 성장기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인지...
이제 설도 지났고,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들은 아쉬움에 며칠 남았는지를 세고 있지만, 난 아이들이 학교 가서 급식 먹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