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여전히 신해철 좋아했구나? 나 그거 보면서동아리방 애들이랑 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고... 그 노래 못하던 애 누구지?"
"00?"
"그려~ 걔가 신해철 노래 부르면 네가 막 뭐라 하고 그랬던 거 생각하면서 티브이 보다가 깜짝 놀랐다.너 성공했다 야! 테레비에도 나오고!"
우린 한참을 깔깔깔 웃으며 대화했다. 진짜 오래간만에 통화였지만 마치 얼마전 만난 것처럼.
아주 아주 아주 잠깐 티브이에 나왔다.
신해철 10주기 추모프로그램에 아주아주 잠깐 몇초가 나왔다. 난 그의 샤이팬이다. 소심하고 비활동적으로 하지만 그의 데뷔 이후 배신한 적 없이 지속적으로 30년이 넘게 짝사랑을 해 왔다. 브런치에 쓴 그에 대한 고백글을 보고 방송작가님이 연락을 주셨다.그리고 너무너무 덥고 습했던 7월 말, 방송국에서 나의 사무실까지여러분이 오셔서 세팅하고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후 장소를 옮겨 영상까지 찍은 시간은 몇 시간이었다.
예상은 했다. 아마 이렇게 찍고 가도 내가 안 나올 수도 있고, 아마 나와도 1분도 안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화면을 보고 나서는 짧은 노출이 어쩌면 다행이다 싶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실물보다 더더더 못 나왔다.
친구와의 통화도중 친구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소영도 아줌마 다 되었네~!!"
아... 뭐지? 당연한 거고 알고 있지만 이 묘한 기분 나쁨... 반발심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00 씨한테 실물 보면 아니라 전해. 여전히 예쁘고 귀여운 동안 아줌마라고!ㅎㅎㅎ"
또 깔깔깔 웃다가 긴 통화를 마치고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너 찾아보니 너 성장 아니고 성공 맞네!
*성공은 무슨.... 성장하고 있는 중이지.성공하고. 싶다. 진짜 ㅎㅎㅎ
난 친구에게 답했다.
빚더미에 매달 이자와 카드값을 고민하는 내 생활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경제적 기준으로 보자면 내 삶은 성공과 거리가 멀다. 마흔이 넘으면 성공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성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성장하는 삶에서 보자면 난 성장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꿈틀거리는 중이다.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전자책을 출판하는 1인 출판사를 시작했다. 또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어 용기 내어 합창단에도 입단했다.
출판사를 운영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공부도 했고, 종이책과 달리 출간이 어렵지 않은 전자책만의 장점을 활용해 책을 내고 작가의 꿈을 꾸는 몇 분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어드렸다.나의 도움으로 무엇인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건 뿌듯한 일이었다.
그리고 노래도 못하면서 감히 합창단에 들어갔다.
이제 겨우 두 번 연습했다.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르고, 발성도 어렵다. 지휘자님의 지시대로 한답시고 노력하지만 내가 안다. 내 소리가 우아하지 않다. 왠지 어떤 지적하는 말씀들이 다 나에게 하는 소리로만 들렸다. 아... 뭐 괜찮아. 배우려고 간 거니까 스스로를 위로하며 입을 뻥끗하며 때론 소리를 안내기도 했다.
전문 작가도 아닌 주제에 출판사를 냈다. 다양한 분들이 책을 내며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고. 도전하는 삶을 응원하기 위해서이다. 그들을 코칭하고 응원하며 나도 공부가 되고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커야 다른 분을 이끌 수 있음을 느낀다.
노래도 못하는 주제에 합창단에 입단했다. 새로운 활동은 설렘이 되었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노래라는 활동은 새로운 공부이고 성찰의 도구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의 조화 속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어렵다. 그러나 나는 이 합창연습이 내게 큰 성장의 과정이 될 것 같은 설렘이다. 우아한 목소리와 마인드를 갖추고 싶었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게 합창을 권해주신 분께 감사하다. 비록 다시 만난 나를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
성공하는 삶을 꿈꾸었지만 성공이 뭔지 진짜 모르겠다.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인지, 자식이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가면 성공인지, 내가 강의를 많이 하면 성공인지.... 셋다 내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보다 성장에 초첨을 맞추자면 난 1년 전보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도 더 쌓였고, 전자책도 발행했다. 자격증도 몇 개 취득했다.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냈고,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성장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도 나왔다. 비록 몇 초일지라도.
성장하기 위해 나름 꿈틀거리는 것이 많았다. 때론 내가 이렇게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이런 내 삶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