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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

극극극내향 아이가 기숙학교를 선택했다.

by 마음꽃psy

어느 날, 큰 아이가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올 것이 왔구나.'

어느 정도 예측했다. 중학교 3년 내내 학교 다니기 싫다 했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지도 않고 놀지도 않는 아이, 친구를 사귀지 않았던 아이였기에 그저 학교에 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어떤 날은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슬프기도 하고, 어떤 날은 너무 속이 상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어떤 날은 다른 평범한 아이들처럼 웃고 떠들지 못하는 내 딸아이가 너무 한심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어떤 문제 행동이든지 원인을 찾아가면 대부분의 문제의 시작은 부모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상담사로서 학생인 내담자를 만날 때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그렇게 결론을 내리곤 했다.


전학, 이사, 부적응의 시기. 아이가 많이 힘든 시기.

나도 너무 바빴고 힘들었다. 그저 지나가는 것이고, 그럭저럭이라도 지내주길 바랐다. 내 앞가림이 버거워 아이의 마음을 봐줄 여유가 없었다. 표현하지 않는 아이를 외면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는 점점 더 마음을 닫아갔다. 집에서는 바쁜 엄마에게 표현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는 말하지 않는 아이로 되어갔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에 가니 더 심해졌다. 같은 초등학교에서 가까운 중학교로 진학한 대부분이 아는 아이들 틈에 옆학교에서 온 몇 명, 그 중에 우리 딸은 더욱 내향이 심한 아이였다. 틈에 끼지 못한 채 3년이 지났다. 담임선생님들께 여러 번 전화를 받았고, 학교 상담도 갔다. 아이는 학교 다니는 내내 마음을 열지 않았다. 성적은 둘째이고 난 아이가 학교에서 밥이라도 먹고, 웃고 떠들고 그저 평범한 아이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내 아이는 3년 내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말도 없고, 공부도 못하는 그런 아이가 되었다.


그런 아이가 이제 3학년 드디어 졸업을 했다. 그리고 아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성적이 좋지 않아 일반인문계 진학은 어려웠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더 성적이 안 좋은 아이도 근처 진학한 것을 보니 원서를 넣었다면 간신히 합격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원서를 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서울로 대학원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지역에서 특성화고 원서를 쓰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합격자 발표가 나던 날은 너무 가슴이 두근거려 선생님의 전화를 기다렸다.


"어머니, 00이 합격이래요."

선생님의 전화에 난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1년 내내 고등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던 아이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공부하고 싶은 디자인 관련 고등학교에 마음을 열었다. 성적이 좋지도 않았지만 결석점수에서도 큰 감점이 있었다. 그 학교가 출석률에 점수가 높았다. 여행계획 시 학교에 제대로 체험학습 신청서 접수를 하지 않아 나 때문에 무단결석이 된 적이 있어서 난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원서를 쓰며 아이에게

"00아, 그 학교 혹시 합격이 안될 수도 있어. 성적이 너무 커트라인인 거 같아."

나는 내 잘못은 빼고 아이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성적 때문만은 아니잖아. 엄마 때문에 무단결석이 두번이야. 왜 그 말은 안 해?"

"아고, 너 알고 있구나? 맞아. 엄마 때문에 감점도 커서, 너무 걱정이 커. 혹시라도 합격이 안 되면 그래도 다른 학교도 생각해 보자."

난 혹시라도 아이가 어렵게 연 마음을 다시 닫고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할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내 잘못은 빼놓고 말한 내가 너무 비겁하다 생각했다.


학교에 안 가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진짜 안 가겠다고 하니 마음이 너무 심란했었다. 그런 아이가 선택한 학교는 집에서 먼 곳아고, 게다가 기숙사에서 지내야한다. 원서를 쓰고, 합격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정말 대학입시 아니 서울 유명대학교 합격을 기다리는 것만큼 아주 너무 많이 간절했다. 그런데 합격이란다. 선생님과의 통화 후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서 몇 번을 확인하며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렸다.


이제 아이는 집을 떠나 기숙사에 들어갈 것이다.

여행을 가서도 '집에 가고 싶다'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이가 집을 떠나야한다. 두렵고 걱정이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중학교 3년 내내 말도 하지 않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밥도 먹지 않았던 아이.

새로운 공간,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아이.

극극극극내향의 내 아이,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을 다 하는 아이.


요즘 유튜브가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성장을 했고, 성장을 했다는 스토리가 자주 뜬다. 그 영상들을 보며 난 우리 아이도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길 기대하고 기도한다.

예전의 환하고 보조개가 쏙 들어가던 그 웃음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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