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는 거울인데도, 어느 날은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 때가 있다. 요즘 들어 살은 찌고, 얼굴이 푸석했다. 게다가 머리까지 산발인 느낌이라 더욱더 정리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저분한 머리보다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나는, 이상하게도 머리부터 고민하게 된다.
“미용실에 좀 가야겠다.”
이 말은 사실 ‘나 좀 챙겨야겠다’와 비슷한 뜻이다. 내가 나를 다시 붙잡아 앉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복잡한 일에 생각보다 일이 잘 안 되고, 다시 반복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안 좋기도 했다.
예약을 하고 미용실로 갔다. 의자에 앉자마자 밝은 조명이 나를 들여다본다. 미용실 조명 아래서의 나는 늘 평소보다 더 못생기고, 조금 더 피곤해 보인다. 조명이 솔직한 건지 내가 그동안 대충 넘어간 얼굴이 쌓인 건지, 세월의 흔적들을 내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인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미용사와 안부를 주고받는다.
“요즘 어떠세요?”
“그냥요, 똑같죠 뭐.”
별말 아닌 대화가 오가는 동안 가위는 내 머리 주변을 조용히 돌아다닌다. 사각, 사각. 말보다 소리가 더 많이 남는 시간이 흘렀다. 바닥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아, 또 한 달이 지났구나.
시간은 늘 그렇게 지나간다.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정리해야 한다’는 형태로 나를 찾아온다. 머리카락이 자라듯, 마음도 자란다. 그런데 그 마음이 언제나 성장이고 언제나 좋은 마음은 아니다. 쌓이고, 엉키고, 무거워지고, 그러다 어느 날 정리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예쁘게 보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런 순간엔, 정리가 필요함을 느낀다.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 생겨나고 사라지는 동안 내 머리가 마무리가 되었다. 거울 속의 나를 다시 바라보았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특별히 더 예뻐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돈되고 어깨가 조금 펴진 내가 있었다. 내가 오늘 정리한 건 머리끝이 아니라 한 달 동안 미뤄둔 마음의 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 속에서 나를 한 번 정리해 두고, 예쁜 봄을 기분 좋게 맞아보려는 나의 마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