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며...

뭉친 어깨, 틀어진 골반. 요즘 들어 자꾸 어깨가 더 뭉치는 것 같아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고 있다. 난 한의원에 가는 것이 좋다. 침을 맞는 건 아프지만, 따뜻한 물리 치료를 받으며 잠깐이나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 기분이 들었다.


예약시간에 맞춰 병원 지하주차장에 가니 주차공간이 하나 남아 있었다. 그런데 너무 좁아 보였다. 한눈에 봐도 쉽지 않아 보이는 자리였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순간 마음이 머뭇거렸다. 예약 시간은 다 되어가고 있었고, 다시 나가 다른 곳을 찾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 좁은 곳을 돌아 다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괜히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핸들을 돌려보기로 했다. 머릿속에 여러 번 각을 잡아보았다. 당연히 한 번에 될 리 없었다. 조금 넣었다가 다시 빼고, 각도를 맞췄다가 다시 틀고, 몇 번을 비비적거리며 아주 조심스럽게 차를 움직였다. 그 모습이 어쩌면 조금 서툴고 우스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답답하고 조금 느려도, 조금 서툴러도, 결국 해내는 쪽의 나를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연이어 들어오는 차가 신경이 쓰이고, 괜히 눈치가 보였다. 나를 한심하게 보거나 답답하게 볼까 봐... 그 짧은 시간 안에도 나는 자꾸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


여러 번 부비적 끝에 마침내 차가 주차공간에 잘 들어갔다. 시동을 끄고 숨을 고르며 잠시 앉아 있는데 작은 감탄이 먼저 나왔다.

'와, 이 어려운 걸 내가 해냈네!!'

기특하고 대견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별일 아닐 수 있다. 주차 한 번이 무슨 대수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그건 단순히 차를 세운 일이 아니라, 망설임을 넘고 끝내 해낸 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도 그런 자리가 자주 있다. 너무 좁아 보여서 내가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은 자리. 내 실력으로 될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괜히 들어갔다가 더 난처해지는 건 아닐까... 겁이 나는 순간들... 그럴 때가 있다. 처음부터 매끄럽게 해내지 못해도, 몇 번의 조정이 필요해도, 잠깐 멈칫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해도 결국 해내는 나를 만나게 되는 때가.


예전의 나는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자연스럽게, 능숙하게 해내야 비로소 괜찮다고 여겼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삶은 늘 한 번에 들어가는 주차가 아니었다. 조금 비뚤어지기도 하고, 다시 빼서 맞추기도 하고, 민망한 순간을 지나서 겨우 제자리를 찾는 날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된다.


오늘 나는 주차를 하며 조금 더 용감한 나를 발견했다. 좁아 보이는 자리 앞에서 주춤하더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 서툴러도 결국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사람, 그리고 끝내 “와, 내가 이걸 해냈네” 하고 조용히 자신을 기특해할 줄 아는 사람.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하며 내 안의 용기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난 좁은 공간에 차를 세우며 조금 더 넓어진 마음을 얻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미용실에서 나를 보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