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는 왜 늘 흩어져 보였을까

커리어 가소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까지


나는 한 기관에서 5년 동안 일했다.

일도 좋아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다. 그래서 면접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가 탈락할 것이라고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결과를 확인한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단순했다.

“왜 내가 탈락했지?”

충격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운함도 분명 너무 컸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날 나는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래서 결과를 확인한 뒤, 며칠 동안 그냥 여행을 다녀왔다.

특별한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 삶이 갑자기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잠시 다른 풍경 속에 머물렀을 뿐이다.


돌아와서도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글을 썼고, 사람들과 만나 수다를 떨었고, 가끔은 웃으며 “왜 나야?” 하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이제 돈은 어떻게 벌지?”

그럼에도 내 삶의 리듬은 크게 달라지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다. 나는 이전보다 글을 더 많이 쓰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는 꽤 느슨하게 하고 있었다. 하루에 기사 한 편, 혹은 며칠에 한 번 글을 올리는 정도였다. 고급 취미처럼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면접 탈락 사건 이후 나는 신문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발행자이자 편집장으로서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멈춰 있던 브런치 글쓰기도 다시 시작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날은 문장이 술술 이어질 때가 있다. 생각이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글이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것 같은 순간이다. 나는 그 순간이 좋다. 아마 그래서 계속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신문에 쓸 기사 글쓰기 주제를 찾다가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커리어 가소성.


사실 그 단어는 완전히 낯선 말이 아니다. 나는 박사과정에서 뇌기반 상담을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가소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만났고, 또 좋아했다. 뇌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경험과 자극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재구성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설명이 좋았다. 무언가 단단히 굳어버린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였을 것이다. 내 커리어를 설명하려고 할 때도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바로 가소성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내 직업의 경로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학부와 석사, 박사 과정의 공부도 서로 결이 달랐고, 박사 논문도 절반쯤 쓰다가 결국 포기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이런 질문을 자주 했다.

내 커리어는 왜 이렇게 흩어져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커리어를 하나의 직선처럼 생각한다.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한 길을 오래 걷는 삶을 더 안정적이고 더 좋은 커리어라고 여긴다. 나 역시 그런 기준 앞에서 자주 작아졌다. 하지만 삶은 생각보다 자주 꺾이고, 멈추고, 다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변화한다. 어쩌면 커리어도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며 다시 만들어지는 구조일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커리어 가소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어쩌면 이 단어는 내 삶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였고,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변명하고 싶은 언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자신의 커리어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또 다른 해석의 언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사건보다 오래 남는 것은, 그 일을 해석한 내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