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은 봄날이었다. 한 달에 한번 만나는 친구들. 평소처럼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실까 하다가
너무 좋은 날씨가 어딘가로 들어가기가 아쉬웠다. 카톡방에서 한 친구가 말한다.
'우리 딸기밭 갈까?'
차를 타고 근교에 있는 딸기밭에 갔다. 일 년에 한 번쯤은 가게 되는 곳인데, 이상하게도 그날 만난 딸기는 늘 더 신선하고 더 예쁘게 느껴진다. 붉게 익은 딸기들이 가지런히 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까지 기분 좋게 환해진다.
햇살은 따뜻했고, 딸기는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었고, 작은 오두막에서 우리는 웃고 떠들며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다. 그저 별거 아닌 이런저런 일상을 말하고, 서로의 말을 듣고, 함께 웃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런 시간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특별한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던 날들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이 친구들과의 시간도 어느덧 40년 가까이 되어간다. 참 오랜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왔고, 각자의 계절을 건너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만나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참 고맙고 귀한 일이다. 어쩌면 소중한 것은 오래 만났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함께 웃었는지, 얼마나 서로의 곁을 지켜왔는지인지도 모르겠다. 각자 삶도 길도 다르지만 만나서 아무 얘기나 할 수 있는 그 시간의 소중함.
딸기가 유난히 달았던 것은 봄날의 햇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랜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이 마음을 먼저 달콤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좋은 날씨와, 예쁜 딸기와,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참 따뜻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이런 날이 있기에 삶은 생각보다 더 다정하고 즐겁다고. 문득 그렇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