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를 만들고 싶은 날이었지만

핑계를 이기고 몸을 움직이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봄비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나도 비에 몸이 반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찮은 몸을 이끌고 일단 병원에 다녀왔다. 좀 쉬고 나니 머리가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한 달 8회, 셔플댄스 수업을 하기로 했다. 벌써 세 번의 수업을 했지만 몸치, 박치인 나는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았다. 엄청 쉬워 보이는 스텝도 막상 해보면 어색하고 매끄럽지 않았다. 게다가 주말에 연습을 해오라는 선생님의 당부도 있었다. 하지만 연습은커녕 영상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늘 급하게 영상을 틀어놓고 몇 번 따라 해 보다가 또 이것저것 할 일을 하느라 시간이 흘러버렸다.


수업 시간이 다가왔다.

핑계를 만들고 셔플댄스 수업에 가지 말까 잠시 고민했다. 몸은 무겁고 머리는 여전히 좀 아팠다. 연습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괜히 더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오늘은 그냥 쉬어도 되지 않을까.'

아프다고 말하면 이 하루쯤은 빠져도 될 것 같았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유들이 머릿속에 하나씩 떠올랐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한 번쯤은 빠져도 되지 않을까.'

같이 배우는 팀원들 단톡방에 문자를 넣을까 고민하던 중에 한 분이 오늘 못 나오신다는 연락을 하셨다. 그리고 금방 또 다른 한 분이 일이 생겨 못 나온다고 했다. 6명 중 2명이 빠진다. 그 순간 나까지 빠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기 싫었던 마음을 접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나섰다.


사실 8번의 수업도 열심히 따라가야 겨우 익숙해질 것 같은데, 한 번의 결석은 생각보다 더 큰 빈자리로 남을 것 같았다. 잘하지 못해도, 연습을 못 했어도, 그냥 가는 것이 오늘의 더 나은 선택 같았다. 몸은 여전히 무거웠고 가기 싫은 마음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우리는 늘 큰 결심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대단한 목표나 확실한 동기보다도 그냥 빠지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 날들이 쌓여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모른다. 하루의 짧은 이벤트를 위해 여러 사람의 시간과 마음과 노력이 모인다. 그 안에 내가 빠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한 책임일 수 있다. 잘해서 가는 날보다 가기 싫어도 가는 날이 어쩌면 더 중요한 날일지도 모른다.


내가 댄스에 대단한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은 핑계를 이기고 몸을 일으킨 하루였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괜찮은 하루로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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