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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13. 2021

폐지 판 돈 이십만 원을 주셨다고?

공부 빼고 다 잘하는 우리 언니

"00이 아버님이 이십만 원이나 주셨어. 폐지 팔아 모으신  돈일텐테.. 안 받을 수 없어서 받았어"


얼마 전 언니가 갑자기 서울 병원이라 하기에 무슨 일싶었다. 언니는 군 단위 시골에서 배달 피자 집을 운영한다. 음식 솜씨도 좋고, 성격도 좋고, 료도 아끼지 않아 언니네 가게는 여러 프랜차이즈 피자집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와중에 변함없이 출이 괜찮다고 한다. 언니는 배달 라이더 분들과도 잘 지내고, 동네 단골분들에게 이런저런 먹을 것들도 선물을 제법 받기도 한다. 그러면 그것들을 또 가게 오는 많은 분들과 함께 먹는다.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언니가 서울까지 병원에 간 이유는 함께 일하는 분의 누나가 건강이 많이 좋지 않아서 운전을 해주고 간병 및 병원에서 있을 잡다한 돌봄을 위해 갔다고 했다. 환자를 돌봐줄 가족이 없고, 남동생이 간병을 하기가 어려울 듯하여 언니가 대신 가서 환자돌봐주고 올 거라 했다. 그게 고마워서 불편한 몸으로 폐지를 모으시는  그분의 아버지가 언니에게 차비라 하고 밥이라도 먹으라고 주신 모양이다.


나보다 네 살이 많은 언니는 어릴 적부터 성격도 좋고, 얼굴도 예뻐 어른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한 덕분에 언니는 공부 빼고는 다 잘했다. 머슴 같은 털털함으로 어릴 때는 엄마에게 많이 맞기도 하고 혼나기도 했지만 언니는 그러고도 참 잘도 놀았다. 특히 언니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복이 있다.


사실, 병간호라는 게 해 본 람은 안다. 병원에 잠깐 있어도 아프지 않던 사람도 아파올 것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병원에서 보호자는 환자들 틈에서 좁은 간이침대에서 무거운 에너지 느끼며 환자 수발을 들어야 한다. 아주 가까운 가족이라도 간을 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몇 년 전 엄마가 입원하셨을 때 엄마를 일으키고 닦아드리고 식사를 챙기는 등 단 하루 병간호를 하는데도 나는 엄마보다 더 지쳐있었다. 그런데, 부모 자식도 아니고 친형제 지간도 아닌, 이 시간을 내어 병간호를 하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서울까지 가서.


언니는 소탈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능력이 있어서 불편한 상황도 일상으로 잘 바꾸는 능력이 있다. 몸의 치부나 약점 같은 것도 언니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에 가족이 아닌 타인들도 참 편하게 보여주고 함께 할 수 있다.

언니도 사람인지라 장사하며 때로는 별의별 희한한 사람을 만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래도 직업이 상담사인 내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떤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 보면 별것 아닌 일이 된다고 다시 웃으며 긍정을 선택하고 또 사람들과 하루하루를 즐겁게 일하고 살아간다.




난 어릴 적 성격 좋은 언니가 부러웠다. 착하고 순하고 모범생인 나와 달리, 공부는 못(안) 해도 할 말은 하고 기분이 상해도 빨리 풀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그런 부분이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부러운 것이 아닌 존경의 마음이 든다. 나 같으면 못할 것 같은 상황이거나 굳이 안 해도 될 거 같은 주변 사람의 일도 잘 챙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솔직하 자신에게 당당하다. 주변의 약자에게 베풀고 편한 사람으로 다가가며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재미있고 즐겁게 하려고 하는 모습에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이치란 돌고 도는 것이다. 어찌 보면 언니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것 언니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십 대 시절엔 전도연을 닮았다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던 예뻤던 우리 둘째 언니. 친구처럼 편안하고 함께 수다 떨면 재밌는 사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약자에게 따한 마음을 주는 사람. 지금은 퉁퉁한 사십 대 피자집 사장님으로 증평에서 가장 맛있고 기분 좋게 먹는 피자를 만들며, 긍정적으로 좋은 에너지를 뿜 뿜 하는 언니를 사랑하고 또 존경한다.

이십대 시절  전도연님을 닮았었다는 전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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