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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15. 2021

영화 <소리도 없이>

영화가 너무 아프다(스포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말 오후, 머릿속에 해야 할 일은 태산라 시간계산을 하면서도  몸이 텔레비전 앞으로 간다. 신랑이 넷플릭스를 켜기에 조용히 나도 앞에 앉았다.


영화 <소리도 없이>

유아인 배우도 좋아하고, 유재명 배우도 좋아한다.

내가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 어떤 배우가 나오는가?이다. 좋아하는 배우가 선택한 시나리오나 감독을 믿는다. 난 시나리오 작도 감독도 잘 모르니까. 아주 가끔 배우가 선택한 작품이라 믿고 보다가 후회한 적도 있었다(최근엔 나랏말싸미ㅠ 왠만한 영화에 후한 나인데 이 영화는 극장에서 잠이 들었다).


  영화에 대한 정보는 딱 2개. '이 영화에서 유아인이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와 어느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정도였다.

역시 배우는 배우다. 어쩜 저렇게 찰떡같이 변신을 할 수 있을까 싶게 걸음걸이, 표정, 옷차림 으로 캐릭터를 진짜처럼 만들어내는지,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하는 배우들에 먼저 감동을 하며 영화를 본다.

이 영화는 범죄영화다.

그러나 여타 범죄영화와 색이나 결이 너무 다르다. 폭력이나 욕이 난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 경쾌하고 화면도 밝아서 으읭~ 하고 보게 된다. 범죄를 저지르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지만 그저 우리네 일상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밥을 먹고 일터로 가서 성실하게 일을 하듯, 그들도 그것이 그저 돈를 버는 일처럼 성실하며 담담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서로의 대화가  예의도 바르고 그냥 사회생활처럼 보여주어서 오히려 더 무고 뭔가 이상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난 마음이 아프고 아리다.

교육받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하고 돌봄 받지 못했지만, 살기 위해 성실하게 범죄 뒤처리를 하며 움막 같은 곳에서 어린 동생과 사는 태인(유아인 님). 태인함께 일하며 유일하게 소통하는 어른 창복(유재명 님), 범죄 뒤처리 후 기도로 마무리하는 아이러니지만 어색하지 않다. 둘다 너무 순박하고 근면하다.  얼떨결에 유괴범이 되었고, 악의는 없지만 그래도 범죄자이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게 된 11살의 똑똑하고 눈치 빠르고 영악한 아이, 토끼 가면 속 초희.

어쩌면 사회로부터 한번 관심받지도 교육받지도 못했던 태인에게 11살 부잣집 예쁜 여자아이 초희는 넘어가지 못할 벽이자 담이며 다른 세상의 사람이다. 초희는 무서울 법도 한데  낯선 곳에서 그들과 담담히 적응하는 척하며 아빠를 기다린다. 자신과 남동생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어떻게 자신이 행동해야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줄도 안다. 11살이지만 눈치와 처세술은 성인을 능가한다.


유괴범이지만 유괴범이 아닌 태인창복, 유괴된 아이 초희는 잠깐이지만 함께 웃는 날도 있다. 사회와 벽을 쌓고 살던 태인초희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었고, 창복은 돈을 받고 어이없이 죽게 되며, 태인은 목숨이 위험할 뻔했던 초희를 구하고 제자리로 돌려놓는데....


내 마음은 해피엔딩이 , 태인이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랬지, 이 영화의 엔딩은  현실을 반영한다. 학교(제자리)로 돌아간 초희는 태인을 유괴범으로 지목했고 태인은 죽을 힘을 향해 도망치며 영화는 끝이 난다. 한여름에도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나름대로 멋진 모습을 위해 죽은 용석의 검정 양복을 입던 태인이 물웅덩이 앞에 양복 재킷을 버리고 달리던 장면 가슴이 먹먹하다.

소외계층이며 어쩌면 최하층으로 대변되는 태인은 평범한 사회 속에 어우러지기 어려운 걸까? 분명 범죄영화인데 태인에게 동요된 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어렵게 마음을 열었고, 도망치다 다쳐 아픈 초희를 위해 약도 사주고 이상하고도 설레는 마음의 요동을 느꼈을 태인이다. 하지만 초희는 그들에게 마음을 연 것이 아닌 자신을 지키려는 사회적 행동이었을 뿐이며, 초희에게 태인은 그저 이상한 유괴범일 뿐이었나 보다. 게 우리의 현실이고, 그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소리도 없이> 난 이 영화가 좋지만 마음이 아픈 영화다. 그리고 좋은 영화를 찾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천상 배우일 수 밖에 없는 유아인 배우 더 좋아게 된 영화다.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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