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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17. 2021

열등감, 자격지심 그리고 성장

영화[미쓰 홍당무]와 나의 열등감

요즘 핫한 어플 중에 <당근 마켓>이라는 중고 직거래 마켓이 있다. '당근이라는 귀여운 채소'와 '당신의 근처'라는 말이 포함된 의미로 만들었다는 것을 매체에서 본 적이 있다. 당근을 다른 말로 홍당무라고도 하는데 쉽게 구할 수 있고, 항산화 성분과 미네랄, 비타민(특히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고 열량도 낮아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채소이다.


2008년도 개봉한 <미쓰홍당무>라는 영화는 귀여운 홍당무라기보다 홍당무 같은 '주인공의  빨간 얼굴'을 보여주며 우리 안의 열등감을 생각해 보게 만든 영화이다.                                              

              


<열등감, 인정, 성장>


주인공인 양미숙 선생님(공효진 배우)은 고등학교 러시아어 선생님인데 안면홍조가 심하고 열등감, 자격지심, 도끼병이 함께 있는 비호감 캐릭터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하던 선생님을 따라 같은 학교의 교사가 되었지만 러시아어의 인기가 떨어지며 같은 과목의 이쁜 선생님인 이유리 선생님(황우슬혜 배우)에게 밀려서 중학교 영어교사로 가게 된다. 양미숙은 자신이 밀린 이유가 못생긴 얼굴 때문이라 생각한다. 양미숙은 자신이 좋아하는 서 선생님(이종혁 배우)에게 전화를 해 그동안의 '서 선생님의 행동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좋아해서 그런 것인데 가정이 있어서 표현하지 않는 것이라 착각한다.


5명의 주인공들은 다양한 착각과 오해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다가 5명이 어학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마치 재판 과정 같은 심리싸움을 하게 되는데 이 장면은 정말 재미있으면서 긴장되 흥미다. 미쓰홍당무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에피소드와 시행착오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성장하게 된다.  


<농대 다니는 여자 애>


열등감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지방 국립대 농대를 다녔다. 여러 가지 이유로 농대를 진학했지만 난 나 스스로 그 선택에 만족하지 않았고 당당하지 못했다. 우리 학교는 버스에서 내리는 정류장이 두 곳이다. 우리 단과대는 정문에서 가깝기 때문에 나는 정문에서 내려야 하는데, 정문에서 내리는 사람은 ' 농대 다니는 학생'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난 일찍 집에서 나오는 날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리는 중문에서 내려서 걸어가던 날도 있었다. 농대를 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농대 다니는 여자애'는 나에게  열등감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운이 좋아 전공을 살려서 우리나라 대표 농업기업 종묘회사 연구소에 취직을 했다. 연구소에 오니 나 같은 몇 명을 제외하곤 다들 좋은 대학을 나온 석, 박사 연구원들이다. 나는 팀장님이 시키는 자료 서치, 실험, 보고서 작성 등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인정받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석사급 연구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일이고, 내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아무것도 모르니 난 무식하고 용감했다.


어느 날, 회식에서 팀장님에게 같은 일을 하는데 선임연구원들과 왜 처우가 이렇게 다르냐고 따져 묻다가 나는 어느 순간 블랙아웃으로 기억이 나질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으로 다행이다. 다음 해,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을 하였다. 


내 안에는 늘 학교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서울로 진학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  친한 친구들 중에 나만 농대에 갔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늘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아들러에 의하면 "열등감은 개인이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무능력감에서 생기며, 동기유발의 근거로 작용하고, 연습이나 훈련을 통한 보상의 노력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한다. 배우 유아인이 방송을 통해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인정하고, 주목받고 싶었다는 속내를 이야기를 할 때 난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역시 좋아할 수밖에 없는 배우다.


<미쓰홍당무 vs 여교사 >


<미쓰홍당무>는 양미숙 선생님이 가진 외모 열등감을 인정하고 성장하는 영화이다. 반면, <여교사>는 기간제 교사인 효주(김하늘 배우)와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 배우)에 대한 보이지 않는 계급과 사랑, 열등감으로 인한 파멸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효주는 정교사가 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지만 낙하산처럼 날아온 후배라는 교사가 자신의 정교사 자리를 차지하고, 호감 있어하던 제자까지 빼앗아간다. 영화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가 나오지만 영화의 주된 줄기라 볼 수는 없다. 자신이 너무도 원하던 것을 너무 쉽게 가지게 되는 혜영을 질투하게 된 나머지 효주는 혜영에게 뜨거운 물을 부어버려 죽게 한다.


영화 <여교사>는 가장 도덕적인 모습을 요구당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통해, 배움을 하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배울 만큼 배우고 도덕과 이성이 높은 사람마저 질투와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건강하게 해결되지 않을 때 어떻게 망가져 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열등감은  개인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인격의 왜곡이 생기게 만들기도 한다.

"열등감은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라고 앨리너 루스벨트는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 '열폭한다'는 말이 있다. '열등감이 폭발하다'는 말을 줄인 것으로 남이 보기엔 별거도 아닌 일에 과한 감정을 보이는 경우 이런 표현을 한다.


 열등감은 특수한 사람에게만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다. 남들과 비교하여 기가 죽거나 주눅이 들었을 경우에도 우리는 저 내 안의 깊이 웅크려 있던 열등감이 올라오기도 한다. 남들의 인정이나 칭찬 없이 스스로, 혼자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내 안의 열등감을 인정할 때, 내면의 성장도 일어난다.  

미쓰홍당무 영화 속에서 양미숙은 삽질을 하며 서 선생님에게 이야기한다.

 "사람이 비정상적인 일을 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구요"

우리는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을 나의 상식이나 나의 관념으로 재단하고 평가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정말 어떤 사람이 비정상적인 일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 것이라는 <이해의 눈>이 필요하다. 그런 이해의 눈이  결국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아닐까?


홍당무에서 비호감의  결정체처럼 보이는 양미숙이 자신의 열등감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 착각하거나, 망상 속에서 지내거나, 혹은 갑작스레 미녀배우로 둔갑하게 되었다면 나는 실망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가 내 마음에 들고 멋진 점은 양미숙이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듯한 마지막 독백이다.

"나 니가 맘에 든다"     

마지막 눈물이 그렁그렁 웃는 모습에 나도 웃음이 난다


사진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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