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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Nov 19. 2021

향수 뿌린 사람보다 향기 나는 사람

나만의 향기가 있는 사람

대학 때 어떤 분이 책을 선물해 준 적이 있다. 패트릭 쥐스킨트의 <향수>였다. 제목과 달리 소설의 내용은 잔인하고도 아팠다. 사랑이나 관심을 받아본 적 없이 시궁창 벌레취급받던 그르누이의 괴물 같은 내면이 과연 그의 잘못일까? 꽤 인상 깊었고 재미있게 읽었는데 20년이나 지나서인가 가물가물하며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조만간 영화로 다시 보아야겠다.                                        

                                            

내 화장대에는 4개의 향수가 있다. '플라워 바이 겐조'만 오랫동안 고집하던 내게 다른 향수도 써보라며 언니가 한 개, 친구가 한 개를 선물로 주었고, 신랑이 울릉도에서 섬백리향이 나는 향수선물로 사다 주어 4개의 향수병이 화장대에서 나를 바라본다.

          

자주 향수를 뿌리지는 않지만 가끔 향수가 필요한 날이 있다.  내가 머리를 감지 않은 날, 외출을 하게 되면 난 몸이 아닌 머리에 칙칙 향수를 뿌리고 나선다. 기분 전환이 하고 싶은 날에도 향수를 뿌리기도 한다. 그리고 특별한 날에도 나는 향수로 '나를 표현'하기도 한다. 향수는 참 매력적인 물건이다. 때로는 나의 감추고 싶은 냄새를 감추게 만들고, 때로는 나의 냄새를 더 매력적이고 돋보이도록 만들어준다. 마치 가면처럼.                                              

                                    

출처: 핀터레스트

향수(香水)는 영어로 perfume인데 이는 ‘연기를 내어 통과하다 “라는 의미인 라틴어 perfumare에서 유래되었다. 신을 신성하게 여겨온 고대 사람들은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몸을 청결히 하고 향기가 풍기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향나무 잎으로 즙을 내어 몸에 발랐다고 하니, 향수란 종교적 의식, 신과 인간과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이기도 한 것이다. 2005년도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향수가 키프로스 피르고스 지방에서 발견되었는데 4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과거에 향수는 귀족의 기호품이 되기도 하고, 화폐 대용이 되기도 했다. 고대 서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향료의 수입 기록이 나오고 신라 귀부인들부터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각 개인마다 가지는 독특한 냄새가 있고 이것을 보통 체취라고 이야기한다. 향기로운 냄새는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타인에게 나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이 그 사람에게서 나는 그만의 체취이다.       


냄새는 뇌에 직접적인 전달을 하기 때문에 0.3초 만에 자극을 전달한다. 코는 뇌에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더 본능적으로 좋은 냄새와 불쾌한 냄새에 더 민감할 수도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박사장(이선균 배우)이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었고, 지하실 그 불쾌한 냄새를 맡은 표정을 본 순간 기택(송강호 배우)이 자신의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박사장을 죽이게 되는 장면이다.                                              

                                                                         

출처: 네이버

현재도 프랑스는 향수로 유명한 나라이지만 중세시대 프랑스에서 향수가 제조되고 많이 사용되었던 이유는 그 시대 사람들은 공기 중의 악취가 몸에 들어와 병에 걸린다고 믿었다. 그래서 향수는 몸을 지키고, 신체의 악취를 감추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도시는 온통 배설물과 오물로 악취가 진동하였고, 위생도 좋지 않아 귀족들은 향수를 사용하여 자신의 악취를 감추는 데 사용하였다. 향수는 귀한 약초나 꽃으로 제조되었기 때문에 귀족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옷이나 물건 등에 마구 뿌려 자신을 병으로부터 지키고, 악취로부터 감추는 용도로 사용하였다.                                              

                                                                                                     



마늘에서는 마늘 냄새가 난다. 국화에서는 국화꽃 향기가 난다. 아이에게는 아기 냄새가 나고,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는 담배 쩌든 냄새가 난다.  씻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쾌한 냄새가 나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냄새는 그 사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해 준다. 냄새와 비슷한 말이 향기이다. 그런데 '냄새난다'와 '향기 난다'는 전혀 다른 말을 한다.

“당신에게서 냄새가 나요”

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당신에게서 향기가 나요”

는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좋은 사람에게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씻지 않은 날, 향수를 뿌리면 잠깐 좋은 향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향수도 내 몸이 깨끗한 상태일 때  더 좋은 향을 만들어낸다. 내 몸이 더러운 상황에서는 아무리 향이 좋은 향수를 뿌려댄들 오히려 냄새들이 섞여서 역한 냄새를 만들어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가진 인격의 향이 나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있으면 괜히 기분 좋아지고, 오래 함께 할수록 행복해진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좋은 향수로 강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 아니라, 은은한 나만의 향기가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다시 보고 싶어 지고 오래 함께 있고 싶은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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