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와 염색을 끊었다

자연스러운 그대로의 내가 예쁘다

by 마음꽃psy

20살 이후 난 머리카락을 참 잘도 볶아왔다. 머리카락에게 쉬는 시간을 준 건 딱 임신 수유기간이었다.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거나. 손질도 제대로 못하는 꽝손을 가졌으면서 파마를 해야 좀 더 내가 세련된 기분이 들었고, 밝은 머리색이 얼굴을 더 화사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림출처: 핀터레스트

30대에도 난 아주 뽀글뽀글한 파마를 했다. 할머니들처럼 가느다란 로뜨로 머리를 말아달라고 했다. 그럼 미용사들은 놀란 듯이 한 번 더 나를 보며 확인한다. 로뜨를 풀 때 스프링처럼 튕겨지는 그게 왜 좋았는지 모르겠다. 주변 사람 들은 '장정구 스타일'이냐고 놀리기도 하고, 육거리 시장에 가도 아줌마들과 구별이 안될 거 같다고도 했다.


파마 후, 2달 정도가 지나 파마기가 약간 풀려서 힘이 없어지면 아침마다 머리를 만지며 미용실 갈 날짜를 살폈다. 새 머리카락이 자라 나오면 머리색 톤이 다른 것에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20여 년을 보내다 보니 미용실에 쓴 돈도 많고, 내 머리카락은 윤기가 사라져 푸석푸석하고, 마치 지푸라기를 뭉쳐놓은 것 같았다.


작년부터 미용실 비용이 새삼스레 버겁게 느껴졌다. 한번 갈 때마다 몇만 원~십여만 원을 쓰는 내가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졌고, 내 머리카락들에게도 윤기가 생길 휴식을 주기로 했다. 파마를 하러 갔다가 그냥 끝에 부분만 잘라달라고 했다. 그렇게 1년간 6번 미용실에 갔다. 갈라져가는 끝을 다듬기만 하러.


이제 파마기는 다 빠졌고, 밝은 머리 염색도 단발머리 끝부분에만 남아 있다. 생머리 단발 덕분에 방방 떠있는 것 같은 나의 첫 이미지도 차분해 보인다는 평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만 질 때 찰랑거리는 느낌이 좋다. 매번 손가락에 엉키고 끊어지던 머리카락은 이제 없다.


자주 가던 미용실을 줄이니 시간도, 비용도 절약하게 되었다. 덤으로 좋아진 머릿결로 회복도 되었다. 차분해진 외모 덕에 더 어려 보인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오랫동안 착각하고 지냈던 내 모습이 바로 보였다.


머리가 화려하고 방방할 때 내 모습이 더 세련되고 괜찮은 모습인 줄 알았다. 그러나 평범하고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냥 그대로의 내 모습이 더 예쁘고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게 더 큰 수확이다.

딸아이가 그려준 엄마 그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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