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되지 않는 것, 하이힐

키 작은 여자의 필살기

by 마음꽃psy

내 키는 154cm.

40대 중반인 것을 감안해도 평균 신장보다 한참 작다.

사진출처: 마놀로블라닉 홈페이지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언니는 내게 신발을 사 주었다. 시내에 있는 <영 ×이지>라는 당시에 약간 비싸서 학생들은 잘 사지 않던 젊은 성인 신발을 팔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내가 고른 신발은 학생용이 아닌 약간의 굽이 있는 신발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 5cm 정도에 굽이 약간은 뾰족한 느낌의 검은색 예쁜 단화였다. 그 신발은 내 하이힐의 시작이 되었다.


회색 교복에 검정단화가 우리 학교의 규칙이었다. 난 작고 그다지 튀지 않는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좀 예쁘고 논다 하는 친구들도 신발은 단순한 학생용 단화를 신고 다녔다. 그런데 얌전하고 별로 존재감도 없는 나는 나의 그 신발이 그렇게 튀는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일러스트: ac-illust

그래도 실내화를 갈아 신고 나서는 굽이 보일까 봐 굽을 안쪽으로 안 보이게 가지런히 두고 교실로 향하곤 했다.

아, 그런데 어느 날은 내가 깜빡했는지 복장 검사를 하던 시간 내가 엄청나게 싫어했던 선생님이 내 신발을 들고 들어왔다. 이 뾰족구두의 주인이 누구냐고 일어서라고 한다.


하아....난 얼굴이 벌게져서 간신히 일어났다.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듯이 다시는 신고 오지 말라는 한마디만 남겼고, 교실의 40여 명의 애들도 내 신발이 의외라는 듯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난 그 뒤로 다른 검정 단화를 사기는 했지만, 종종 그 신발을 신고 조용히 학교를 다녔고, 나의 다음 단화도 언니를 졸라 4cm 정도의 검정이 아닌 와인색 신발이었고 얌전한 나는 또 신발로 지적을 당했다.


그렇게 내 하이힐은 시작이 되었다.

대학을 가서는 언니가 다시 7cm 굽의 구두를 사주었고, 8cm 샌들에, 통굽 운동화에, 슬리퍼에 내 신발은 대부분 높아졌다. 굽 낮은 신발을 신고 외출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임신기간과 아이를 안고 다니던 4~5년은 운동화와 슬리퍼를 신었다. 도저히 힘들어서 그때는 힐을 신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사회 활동을 시작하며 난 하이힐로 돌아왔다.

하이힐을 신고 몇 시간 강의를 해야 할 때도 있고, 몇 시간씩 운전을 할 때도 있다. 어떤 날은 발바닥이 깨질 듯 아프기도 하다. 내가 하이힐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다.

내 다리가 짧기 때문.

난 키도 작고, 다행히 얼굴도 작다. 그런데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서 그나마 하이힐을 신고 치마를 입으면 내 체형의 단점이 많이 보완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신발장에는 다양한 하이힐이 자리 잡고 있다. 6~12cm까지 높이도 다양하고 빨강, 핑크, 검정, 와인, 레오파드, 흰색, 파랑 등등 진짜 색깔도 다양한 스텔레토 힐에, 부츠, 샌들이 진열되어 있다.

일러스트: ac-illust

그중에 자주 신는 것이 정해져 있지만 난 나의 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들은 내 키의 일부니까.

언제인가 가수 서인영 씨가 엄청나게 많은 신발들에 "아가"들이라 표현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말을 하는 걸 보았다. 얼마나 좋고 예쁘면 아가라고 표현할까?


난 내 신발들에 아가들이라 하지는 않지만, 외출할 때 신발장을 열고 오늘은 어떤 하이힐로 내 키를 높여줄까 고민하는 그 짧은 순간이 그냥 좋다.


15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셀프 선물을 준비했다.

하이힐은 내 키의 일부가 맞다.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다.

더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을 알고 있다.

그때까지 열심히 신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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