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나와서 어떤 질문이라도 무조건 "당연하지'를 외쳐야 이기는 게임이다. 말도 안 되고, 때로는 인신공격성 멘트에도 상대는 웃거나 흔들리지 않고 빨리 '당연하지'하고 대답하는 것이 규칙인 게임이다. 당시에는 마냥 웃고 재미있게 보았지만, 지금 다시 그 프로그램을 본다면 나는 '불편러'가 될 듯하다.
당연하다는 말은 '마땅히 그러한 것'을 말한다. 이치로 보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거나 그렇게 해야 하는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원인이 포함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그러나 공부를 게을리하면 당연히 시험에 떨어진다고 이야기를 할 때, 게을리 해도 시험이 붙을 수도 있고, 정말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다.
'내가 행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남이 불행해지는 일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이것은 비합리적 신념에 해당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 '당연하다'라고 여기는 행동이나 말속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의 패턴에 전환이 있었던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에 대하여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몇 년 전, 좋은 프로그램 있어서 친한 친구와 워크숍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청소부가 된 어린 왕자’, ‘몽티’, ‘니마음대로 사세요’ 등 마용사용법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박이철 작가님의 <동화심리상담사> 과정이었다.
수업에서 작가님은 갑자기 모든 분들에게 사탕을 하나씩 나누어주셨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어떤 분에게는 더 주시고, 어떤 분은 그냥 넘어가고, 또 다음번에도 더 주시고 넘어가고, 이런 식으로 사탕을 돌리셨다. 그런데 어떤 분은 1개만 주고 끝이고, 2개, 3개, 4개, 어떤 분은 5개까지 받은 분도 있었다.
그런데 도통 어떤 기준으로 사탕을 주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2개를 받았고, 옆에 있던 예쁜 친구는 가장 많은 개수를 받았다. 작가님은 이야기를 해 주지 않고 왜 사탕의 개수가 다른 것 같은지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하셨다. 답을 생각해 보았지만 정말 어떤 기준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이미지출처: photoAC
사탕을 주신 기준은 하나였다.
‘상대가 어떤 태도로 어떻게 받고 있는가?’
감사하는 표현과 함께 양손으로 받는 분, 한 손으로 그냥 받은 분,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하고 받은 분에 따라 사탕의 개수가 달라진 것이다.
그날 사탕 수업에 필요하니까 그냥 사탕을 나누어주시나 보다 생각하며 무심하게 받은 분에게는 1개로 끝이 났고, 작은 사탕 하나에도 감사 표현을 크게 한 분에게는 계속 사탕이 주어진 것이었다. 이것이 비록 작은 사탕이 불과한 것이지만, "작은 것에 감사를 표하는 사람에게 우주는 더 많은 것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 강사님의 에피소드였다.
아~!! 하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그 사탕에 대하여 수업에 필요한 것이니까 당연히 주시나 보다 생각하며 그냥 간단히 '고맙습니다' 하며 받았고, 친구는 작은 사탕 하나에도 환한 웃음과 감사를 표현하며 매번 사탕을 받았던 것이다.
그 당연함에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오류와 오만을 저질렀을까 생각해 보았다.
남편이니까 당연히 이런 것은 해야 하는 거 아냐?
부모니까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지.
친구면 당연히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야??
언니니까 당연히 동생을 돌봐야지.
내 아이니까 당연히 공부를 잘해야지.
당연히 나는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건강해야지.
당연히 이건 이런 거지..... 등등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상대를 힘들게 하고, 감사함을 잊게 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 몸이 건강한 것도 감사,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도 감사, 일할 곳이 있다는 것도 감사, 친구가 있어서 감사, 먹을 것이 있어서 감사, 부모님이 계셔서 감사, 세상에 감사할 일이 넘쳐난다는 것을 새삼 보게 되었다.
<감사의 힘>에서 데보라 노빌은 '행복의 무한 에너지는 0.3초의 기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에서 나오며, 0.3초의 기적이 인생을 바꾸며 행복을 불러온다'라고 했다. 또한 감사하는 마음도 배우고 훈련받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영국 속담에 "감사는 과거에게 주어지는 덕행이 아니라, 미래를 살찌게 하는 덕행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스 명언에는 "감사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결실"이라는 표현도 있다. 또 독일 속담에는 "좋은 땅에서 밀이 자라나듯, 감사하는 마음도 좋은 사람에게만 생긴다"는 말이 있다.
감사를 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며, 기분 좋은 결실을 맺는 표현이고, 미래를 살찌게 하는 덕행이다. 감사는 뇌과학적으로 뇌를 행복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한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는 습관은 내 인생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법임을 사탕 하나로 알게 해 준 귀한 시간이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것이 아주 작은 사탕 하나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