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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꽃psy Dec 15. 2021

4학년 아들의 첫 선거운동

공정과 최선을 배우기를 바라며..

요즘 아이의 학교 전교 회장과 부회장을 선거하는 시기라고 한다. 엊그제 4학년 아들은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내일 일찍 깨워주세요. 학교 일찍 가야 해"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반 친구가 전교 부회장에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그 친구 선거운동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했다. 선거운동을 도와줄 반 친구 5명, 부회장 후보까지 6명이 함께 할 것이라 했다.


아들은 자신이 후보로 나가는 것이 아닌데도 흥분하고 긴장했다. 내 눈에아직 애기로만 보이는데 구의 선거운동을 돕겠노라 들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문득 궁금해졌다. 왜 그 친구가 부회장이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도와주기로 결심(?)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3학년 때부터 알게 되었고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거나 선생님의 심부름도 잘했다고 했다. 회장이 되면 더 열심히 할 거라 믿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출처: 핀터레스트

공약으로는 <깨끗한 화장실! 월 1회 추천 급식! 마니또로 학교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라 한다.  공약은 함께 정한 것인지, 후보의 생각인지 물어보니 후보가 집에서 엄마와 정한 것 같다고 했다. 너도 좋은 공약으로 동의하는지 물어보니 필요하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는 팔과 어깨에 띠지를 메고, 등굣길과 점심시간에 구호도 외쳐야 하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투표후개표에도 참여해야 한다며 공정하게 선거하고 투표할 것이라고 말하는 눈빛이 야무지다.




아이의 선거 운동을 보며 어른들의 선거를 떠올린다. 뉴스에는 유력한 대선후보들의 행보와 여러 말새로고침 화면처럼 계속해서 올라오고 지지자들은 근본 없는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후보자와 후보자들의 배우자, 혹은 가족들까지 뉴스에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에게 삼국지 속에서 어떤 인물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은 것을 보았다. 는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뭔 소리를 하는가? 안 읽었으면 안 읽었다고 하던가 없다고 하면 되지 왜 동문서답을 하고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모르면서 아는 척, 빙빙 돌려 아무 말이나 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를 구사해가며 자신조차 무슨 말을 하는지, 질문과는 한참 떨어지는 답변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흡족한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에 헛웃음과 함께 한숨이 났다. 벽한 후보는 없다. 가족에 대한 말 많은 불법적 사항이나  이중잣대는 고사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타인의 말귀는 알아들어야 적절한 답을 찾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는 건가 하는 어이없는 생각마저 들어 씁쓸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보았던 지옥이 생각났다. 도 모르게 새진리회 2대 의장 김정칠 의장의 가면과 그의 주변에 있던 참모유지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감추려들면 얼마든지 감추고 속이려 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그들의 권력과 비리가 오버랩되었다.


내일 아들은 8시 전에 학교를 간다고 한다. 선거운동이라는 새로운 경험에 들떠있고, 선거 후 개표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이야기하며 자신이 도운 친구가 꼭 부회장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아들이 첫 선거활동으로 공정과 최선을 경험하고, 조력과 협력을 배웠으면 한다. 아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선거운동이 보람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아들이 선거운동하는 친구가 좋은 친구이며, 모범이 되는 후보라 믿는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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