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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달래 Jun 04. 2020

오전에 쓰는 일기의 의미


 오전부터 오늘의 일기를 쓰기 위해 펜을 잡는 건 특별한 일이다. 오전부터 당장 기록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특별하거나 행복한 무언가가 생겼다는 뜻이니까. 일기장에 '조용하고 행복하다'라고 썼다.

 임용시험을 경기도로 치고 내가 시골에 발령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던 엄마가 간절히 했던 말이 '송이 집 앞에 카페 하나만이라도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였다. 그만큼 카페를 좋아한다. 집보다 카페에 있는 시간이 더 길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카페가 있으면 한 시간이 걸리건 두 시간이 걸리건 찾아간다. 좋아하는 카페를 향해 가는 길은 나에겐 설렘이고 휴식이다. 오늘은 유난히 날이 좋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따뜻한 햇볕이 드는, 상반된 온도가 공존하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 그런 멋진 날씨에 이렇게 근사한 카페라니. 요즘 세상에 작은 음악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 카페는 흔치 않다. 잠깐이라도 침묵이 흐르면 세상이 무너질 것 마냥 끊임없이 배경음악을 깔고 귀에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세상에서 오랜만에 고요함을 만났다. 커피 내리는 소리와 외국인에게 경주를 설명하는 나지막한 목소리, 너무 적막하다 싶으면 한 번씩 울리는 나무를 두드리는 작은 발소리. 눈이 피곤해지면 고개를 들어 햇볕이 들어오는 창을 본다.


 오늘은 오전부터 일기를 쓰고 싶은 행복한 날이다.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에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거라는, 아주 정이 들게 될 거란 예감이 든다.


202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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