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1 10 주차
오늘은 뜬금없이 눈물이 터졌다. 눈물을 펑펑 쏟은 날도 태연했던 의사 선생님마저 놀라 '눈물?'이라고 되물을 만큼 갑작스러운 눈물이었다.
약이 큰 효과가 없다. 이제는 약의 종류가 많아져 삼키기도 힘든데 약을 먹어도 여전히 잘 못 자고 우울하다. 그래서 눈물이 났던 걸까. 사실 그 순간에 왜 그렇게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는 게 속상했고 매주 병원을 오는 일이 조금 지쳤고 그리고 자꾸만 감상에 젖는 나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진료의 막바지에 약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어쩌면 내가 우울증인걸 몰랐던 그 시절의 내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터졌을 문제라는 걸 안다. 지금이 아니라 더 늦게 알게 됐다면 지금보다 더 힘들었을게 분명하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껏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 내가 사실은 잘 산 게 아니라는 걸, 20대 후반에 깨닫게 되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제가 불면증인 것 같아서요.'로 시작되었던 첫 병원 진료의 순간이 자꾸만 후회되는 것이다. 그깟 잠이 뭐라고. 그냥 평생 잠 못 자고 살다가 죽을걸. 이렇게 자꾸 눈물 나고 슬퍼질 것 같았으면 차라리 안 자고 말지.
눈물에도 타이밍이 있다. 지금껏 병원 진료에서 흘렸던 눈물들은 그 타이밍이 적절했기에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울어도 된다고, 여기서는 우는 게 괜찮다고. 그런데 오늘의 눈물은 그 타이밍이 적절치 못했다. 그랬기에 의사 선생님뿐만 아니라 나 역시 당황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이 '그 눈물의 의미는 뭘까요?'라고 물었을 때 쉽사리 답할 수 없었다.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 중 하나가 말하기인데. 나 스스로 말을 잘한다고 자부하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겨우겨우 의미를 찾아 대답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눈물은 의미 없는 눈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내가 매일, 조금씩 흘리는 눈물은 대부분 의미가 없다. 도대체 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눈물, 오래된 물통 속 고여있던 물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것처럼 그저 뚝 뚝 새어 나오는 것이다. 오래되어서, 낡아서.
요즘 '우울의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내가 가장 반성하는 과거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우울할 가치'를 폄하했던 것. 그래서 요즘은 의미 없는 눈물을 수치스러워하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눈물이 날 이유가 없더라도 울 수 있다. 의미 없는 눈물이 있을 수도 있다. 더 이상 눈물에서 의미를 찾지 않기로 했다. 우울할 가치가 없다 속상해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자꾸 눈물이 난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