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전쟁에 대한 이해_3

by 글쓰는 범고래

거대한 체스판 The Grand Chessboard


미국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 안보보좌관을 지내고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헨리 키신저와 함께 냉전 시대 미국을 대표하는 안보보좌관이었던 브레진스키는 지정학에 기반하여 철저하게 현실주의적으로 국제정세를 분석하였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없이 제국이 될 수 없고,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면 자연스럽게 제국이 된다"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를 서방 진영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간파했던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을 체스판에 비유하며 소련 붕괴 이후 유일 강대국이 된 미국의 세계전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1997년에 출간된 그의 역작 '거대한 체스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잠재적으로 (미국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통합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불만감에 의해 통합된 '반(미) 패권 동맹'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주도국이 되고 러시아가 추종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다만 그는 미국이 서서히 쇠퇴하더라도 중국은 미국을 직접 대체할 정도의 패권을 가지지 못할 것이며, 세계는 다극화되면서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면서 미국이 쇠퇴하면 한국을 포함한 8개 국가는 지정학적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며 인도, 일본, 러시아와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쇠퇴에 이미 대비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단극 체계 국제정치이론 Theory of Unipolar Politics


소련이 붕괴된 후 국제정치는 미국 유일의 초강대국의 단극 체계가 지속되었다. 많은 국제관계 학자들은 미국 유일의 단극 체계는 붕괴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외교사적으로 볼 때 단극 체계는 매우 드문 현상이었다. 단극 체계와 패권 체계는 구분되는데, 그 두 개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정부성의 유무다. 즉, 단극 체계는 유일의 초강대국이 존재하지만 국제적으론 무정부성이 아직 존재하는 단계이지만 패권 체계는 하나의 초강대국 아래 무정부성이 해체된 상태인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적으로 단극 체계는 냉전 이후 소련이 붕괴한 후 미국 중심의 단극 체계뿐이라 할 수 있다.




누노 몬테이로(Nuno P. Monteiro) 예일대 정치학 교수는 2014년에 출판된 자신의 <단극 체계 국제정치이론>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쇠퇴론자들의 주장은 틀렸으며, 단극 체계는 미국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스크린샷 2025-04-13 오후 8.05.44.png ※ 포르투갈 출신의 누노 몬테이로는 예일대 정치학과 부교수의 유망한 학자였지만 2021년 50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초강대국은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했다(Theory of Unipolar Politics, p.36).


첫째, 자신이 막강한 동시에 안전하다고 여기는 유일 초강대국은 세계 정치 무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둘째, 유일 초강대국은 국제정치에 핵심적인 국가로 남아 있으면서 현상 유지 정책을 추구할 수 있다.


셋째, 유일 초강대국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정치 현상을 변경시켜 나갈 수 있다.


결국 몬테이로 교수의 이론에 의하면 트럼프의 미국정부는 세 번째의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의 대규모 전쟁 전략


트럼프는 당선 후 엘브리지 콜비를 국방정책과 전략 개발을 담당하는 국방부 정책차관으로 지명하였다. 그리고 그의 발탁에 '냉전의 설계자이면서 long telegram의 작성자였던 조지 케넌에 필적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행보는 그가 어떠한 방향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을 설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지난 2월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미·일 정상회담과 파국으로 끝난 젤렌스키와의 정상회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지향점이 선명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러-우 전쟁을 빠르게 정리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이루겠다"라고 공언하는 모습과 완벽히 대비되었다. 결국 트럼프의 공언은 유럽이 무대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발을 빼고, 중국 견제를 목표로 아시아에 전념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는 지난 11월 "우크라이나 전쟁은 비극적이긴 하나 5~6년 전부터 미국이 이를 경고했음에도 대비하지 않은 유럽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여기에 비용을 쏟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1전선인 아시아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라고 밝힌 콜비의 생각과도 일치했다.


또한 콜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NATO에 포함하는 것에 동의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러시아의 침공에 고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위험과 비용이 동맹의 이점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의 안보전략은 이미 '두 개의 전쟁 전략'에서 '하나의 대규모 전쟁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이는 미국이 마주하고 있는 국가 부채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로 인해 더 이상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에 동시 대응할 여력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에서 미국이 이야기하는 '하나의 대규모 전쟁'의 가상 대상은 중국이었다. 바이든 정부 역시 중국을 최대의 경쟁 상대로 상정하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대중국 전선을 위태롭게 했다는 것이 콜비의 생각이었다. 트럼프 정부 2기가 시작되면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홀대할 정도의 자세를 취하면서 유럽 스스로의 자구책을 강구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유였다.





거부 전략


콜비의 '중국 우선 전략'은 <거대한 체스판>의 저자이자 카터 정부 시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었던 브레진스키의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미국의 지정학적 사고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2021년 콜비가 쓴 <거부 전략>은 브레진스키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체스판>의 현실판이다.


브레진스키는 유라시아에서 패권 국가의 등장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유럽을 교두보로 삼아 장기적으로 러시아까지 범 대서양적 질서로 끌어들이고, 중국을 극동의 닻으로 삼아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거대한 체스판>은 1997년에 출시되었기에 지금의 국제정세와는 크게 차이가 있었고, 브레진스키의 제안은 적용하기 힘든 측면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콜비는 <거부 전략>에서 브레진스키의 처방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브레진스키가 유라시아 대륙을 주목한 반면, 콜비는 유럽을 빼고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대상을 압축했다. 그는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에는 미국에 대항할 만한 패권국가가 출현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스크린샷 2025-04-17 오전 10.34.57.png ※ 세계 주요국의 연간 군사비 지출(출처: IMF).


반면, 아시아는 경제력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미국이 지난 150년 동안 직면한 가장 크고 강력한 라이벌인 중국이 있다. 중국이 가장 경제력 규모가 큰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여 미국의 접근을 저지한다면 미국의 국익은 매우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것이 미국의 중심적인 전략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콜비의 주장이다. 하지만, 중국의 패권을 막는 것은 미국의 독자적인 힘만으로 쉽지 않기에 아시아 국가들 중 중국의 패권을 거부하는 국가들을 뭉칠 수 있도록 미국이 외부 균형추의 역할을 하는 초석 균형국(a cornerstone balanc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주요 정치 무대에서 미국에 불리한 세력균형이 형성되지 않도록 막는 것.


이것이 '거부 전략'의 핵심이다.


콜비에 따르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은 전면전보다는 대만의 주변 섬들을 점령하는 방식의 기정사실화 방식을 따를 것이라 예측한다. 그리고 이후 필리핀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거부 방어'를 취해 중국이 공격하려는 국가들을 동맹의 울타리에 두어 저항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방어국은 중국이 자신들의 침략을 완수할 수 없게 만들 정도의 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동맹의 변화


트럼프 행정부가 콜비의 거부 전략을 따른다는 것은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관계는 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 관계에 있던 동맹국들은 스스로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전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동맹국의 방위비는 반드시 증강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을 직접적으로 견제해야 하는 일본, 대만, 한국은 미국의 거부 전략에서 핵심적 국가로 위치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에 현재 GDP 대비 2%의 방위비를 3%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만에 대해서는 10%까지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대만의 현재 방위비는 GDP 대비 3%에 조금 못 미치고 있다).




콜비는 미국의 방어 범위에 대한민국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국가이기에 중국의 반패권 연합에 주요한 기여를 할 것이지만, 혹여 중국의 친패권 연합에 포함된다면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대한민국은 일본의 방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중국이 대한민국을 작전기지로 활용한다면, 이 상황은 일본의 방어를 매우 어렵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거부 전략, p.286).


이를 통해 한반도 주한 미군의 역할도 변화가 예상된다. 즉,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 방어가 아니라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주둔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한국군이 담당해야 하며, 혹여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한국군은 북한과의 대치선을 지키는 것이 요구된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시 중국과 북한 연합의 다중 전선 공격을 막기 위함이다. 즉,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공격하도록 중국이 유도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콜비는 중국의 패권을 허용하는 것보다 주요 동맹국으로의 선택적 핵 확산에 우호적 입장을 보였고, 실제로 미국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자체 핵 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는 발언까지 하였다.




세력균형 Balance of Power


세력균형이론은 다수의 국가군들 간 세력의 균형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관계 국가들의 국가적 이익 추구를 용이하게 하려는 국제 정치상의 원리 혹은 정책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력균형이론은 힘의 균형 그 자체로 평화가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균형 상태를 깰 수 있는 국가가 힘의 격차를 만들기 때문에 평화가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원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힘을 합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대항하는 상황에서 영국은 두 세력 간 힘의 균형을 깰 수 있는 국가로 존재하였다. 이러한 영국이 두 세력의 균형을 깰 수 있는 국가로 존재할 때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독일의 힘이 커지면서 영국이 균형을 깨는 국가로 존재하지 못하면서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는 것이다. 즉, 영국이 프랑스, 러시아와 힘을 합쳐도 힘이 증대된 독일과 동맹국과의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은 것이다.


IMG_0718.jpg ※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저울은 '국가들의 힘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사실로 계속해서 흔들리는 불안정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원인이 되었다.


이는 균형이 무너져 한쪽으로 치우친 저울은 힘이 더 이상 변하지 않기에 저울이 움직일 수 없는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지만, 균형이 이루어져 있는 저울은 국가의 힘이 변할 수밖에 없기에 균형 상태는 곧 흔들리는 불안정한 상태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IMG_0717.jpg ※한쪽으로 치우친 저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기에 안정적이다.




세력균형이론으로 동북아의 평화 상태를 설명하면 6.25 전쟁 이후 동북아에서 평화가 유지되었던 것은 북-중-러의 힘과 한-미-일의 힘이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다. 소련이 붕괴된 이후 동북아에서의 미국이 유일의 패권국으로 균형을 깰 수 있는 지위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즉, 냉전 이후 소련의 붕괴로 북-중-러 세력의 힘은 한-미-일 세력의 힘과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러한 힘의 격차로 평화가 유지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힘이 증가되면서 이 힘의 격차가 줄기 시작하면서 세력 간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동북아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


지정학적으로 중국은 미국에 비해 매우 불리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은 육지에서 국경을 마주한 나라만 14개국이며 영해까지 포함하면 19개 국가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러시아, 인도, 일본, 그리고 한국(북한)이라고 하는 강대국이 자리하고 있다.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 중국은 반드시 바다로 진출을 해야 한다. 팽창주의와 대만을 중국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스크린샷 2025-04-18 오후 5.19.20.png ※ 중국 본토 공산화 이후 미국이 설정한 대중국 아시아태평양 방위망인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중국이 해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목을 차단하고 있다.
스크린샷 2025-04-18 오후 2.36.35.png ※ 중국을 봉쇄하고 있는 미군.


육지와 해상에서 미국의 봉쇄를 뚫기 위해 중국은 주변국, 특히 미국과 가깝지 않은 국가부터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함을 쏟고 있다. 중국의 답답함과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동맹의 형성 동기에는 크게 '균형(balancing)'과 '편승(bandwagoning)'으로 구분된다. 균형은 자신보다 우세한 힘을 가진 나라를 위협으로 규정하여 그 반대 세력의 편에 서는 것을 의미하며, 편승은 우세한 힘을 가진 국가와 제휴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동북아 국가들은 미·중 패권전쟁에서 '균형'과 '편승'이라고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특히, 지금까지 안미경중(安美經中 : 안보는 미국과 손잡고, 경제는 중국과 손을 잡는다)의 정책을 고수한 대한민국으로서는 또 한 번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패권국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패권국은 거대하게 성장하는 1) 경제적 힘을 절대적으로 가져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저출산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중국이 과연 미국과 같은 강력한 경제적 힘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또한 패권국은 다른 강대국에 비해서 2)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을 위협하거나 일부 영역에서 뛰어넘었다 하더라도 압도적 우위에 서진 못했다. 더욱이 군사적 힘에서 중국과 미국의 격차는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가진 결정적 한계는 3) 정치 체제에 있다. 이는 앞서 폴리비오스가 <역사>에서 말한 것처럼 권력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으로 유지하는 정치 체제는 패권국이 지녀야 하는 절대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수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가 비할 바는 못된다고 확신한다. 더욱이 시진핑은 자신의 3 연임까지 이뤄내면서 독재체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폴리비오스가 비판한 왕이 국가의 이익을 자신의 특권에 따르게 하는 왕정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시진핑은 자신의 권력 독점을 위해 국가의 이익을 희생한 것이면서 중국이 패권국의 지위에 올라설 수 없음을 증명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이 패권국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역설적으로 이번 트럼프 행정부와의 싸움에서는 승리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는 내년 중간 선거라는 시간과의 싸움에 직면해 있다. 그렇기에 중국과의 협상을 반드시 올해 안에는 끝내야 한다. 즉, 트럼프에게 허락된 시간은 최대 6개월이며, 반대로 시진핑의 중국은 6개월을 버티면 되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미중 패권 전쟁은 트럼프 정부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에 중국이 전투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인들에서 중국이 앞서지 못한다면 중국은 결코 미·중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여 패권국의 지위에 올라설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행운


폴리비오스는 역사에 작용하는 '운'의 요소에 주목하였다. 역사에서 '행운'의 요소는 무책임한 요소로 등한시되기 쉽지만 폴리비오스는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결정하는 것은 행운이다."라며 이 행운의 작용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는 역사가였던 폴리비오스는 인류의 역사라는 것이 결코 사람이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폴리비오스는 사람의 계획을 훼방 놓는 힘을 '행운의 여신'이라 부르며, 아무리 야심 찬 계획도 사람의 의지와 무관한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미·중 패권 전쟁의 최후의 결과 역시 객관적인 힘의 차이와 누군가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운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사에서 행운이 중요한 것을 결정한다 하더라도 수많은 노력이 그 행운을 좌우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국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되어 가는 시기에 대한민국의 노력이 행운을 쟁취했으면 한다. 그리고 행운을 쟁취하는 그 과정이 절대적인 국익에 기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강대국이 언제나 자국의 이익에 기반하여 우리의 과거사에 치욕과 굴욕을 안겨줬듯 우리 역시 도덕적 감정은 배제하고 철저하게 현실주의에 입각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택은 보다 교활하고 뻔뻔해야 한다.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이름 붙이며 약속과 규칙은 안중에도 없는 패권국과 세상의 중심은 자신들이라는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도전국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위치가 패권 전쟁의 승자를 결정하는 최후의 일격이 되어 우리의 역사를 바꿀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