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들이 물었다.
"아빠도 엄마가 보고 싶어?"
"응? 엄마?"
처음엔 와이프를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들이 의미한 건 아빠의 엄마였다.
아들은 엄마를 무척 좋아한다. 와이프가 출근한 날엔 퇴근까지 "엄마 보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그러다 문득, 궁금했나 보다. 아빠처럼 다 큰 어른이 되어도 엄마가 보고 싶은지.
나의 할머니는 2010년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 좋지 않은 허리와 치매 증상으로 몇 년간 요양병원에 계셨다.
할머니는 첫 손자인 나를 가장 좋아하셨다. 매일같이 할머니가 계신 병원에 갔고,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치매가 있을 때조차도 나와 아버지만큼은 알아보셨다.
날이 좋을 때면 할머니를 모시고 잠시 밖을 걷곤 했다. 밖을 걸을 때면 항상 시골에 가고 싶다며,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 달라고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할머니 몸 다 나으면 같이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난,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어느 날.
병원 침상에 앉으신 할머니가 창밖만 응시했다. 할머니 손을 잡으며 나는 물었다.
"할머니, 또 시골 가고 싶어?"
할머니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엄마가 보고 싶어."
"내가 여기 있는 거 알면 엄마가 바로 올 텐데..."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태어나서 할머니는 계속 할머니였다.
어릴 때도 그랬고, 커서도 할머니는 가족 중 가장 나이가 많으신 어른이셨다. 하지만 할머니도 누군가의 딸이었다.
시집살이 때면 생각나고, 항상 달려가서 응석 부리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딸이었다.
그때 할머니의 정신이 온전한 상태였는지, 혹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 계셨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가 엄마를 이야기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들에게 그때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 모르지만,
"아빠 할머니는 그럼 할머니 엄마랑 이제는 같이 있는 거야?"라고 물었던 걸 보면 어린 아들에게도 할머니가 엄마를 보고 싶어 한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