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소리에서 신의 노래를 들어라
라마는 라즈니쉬의 강연에서 사막의 신비주의자 수피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두 갈래의 궁금증이 일었다. 하나는 지금 살아 있는 진짜 수피에 대한 것이었고 나머지는 사막에 대한 것이었다. 어릴 적 읽은 어린 왕자의 어렴풋한 기억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함께 일었다.
마음이 꽂히면 기어이 저지르고야 마는 라마의 성격에 불이 붙었으니 오늘 당장이라도 떠날 기세였다. 라마는 수피 수행자에 대해 수소문해보았다. 아쉬람 내에서는 그에 대해 딱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가 무슬림 중에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굳이 따지자면 수피도 이슬람에 속해 있으니 말이다.
라마는 무슬림(이슬람교도)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가서 발품을 팔았다. 어렵사리 노래하고 춤추는 수피 성자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마음 깊은 구석에서 이는 바람이 라마를 이 아쉬람에 꾹 눌러있게 허락하지 않았다. 라마는 이 바람의 바람대로 발걸음을 내맡기기로 했다.
라마는 몬순이 들이닥치기 전에 북서쪽의 사막으로 떠났다. 알다시피 낙타를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곳에 수피 성자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사막의 관문인 자이살메르로 갔다. 자이살메르는 세상의 모든 황톳빛을 모아 만든 도시 같았다. 오직 이곳 여인네들의 화려한 옷과 장신구들이 이 도시의 단조로운 색조를 만회하고 있었다. 이야기책에나 나옴 직한 신비한 사막 도시의 정취는 잠시나마 라마의 목적을 잊게 할 정도였다.
라마는 긴 여행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사원을 찾았다. 아무래도 주황빛 수행자에게는 사원이나 아쉬람만한 휴식처가 없으니까. 라마는 사원의 소박하지만 정갈한 저녁을 먹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식은 사원이나 아쉬람의 음식일 거라고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다음 날, 늘 그러하기도 했지만, 특히 이날은 사막의 뜨거운 열기를 조금이라도 더 피하려고 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사원을 떠나 그가 살고 있다는 쿠리로 걸음을 재촉했다. 사막은 그 이름만큼이나 메마르고 거칠었다. 잔잔하다가도 순식간에 불어 닥치는 모래바람이 움찔 라마의 등을 돌리게 했다. 이런 황량한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게 풍요로운 강과 숲이 있는 곳에서 나고 자란 라마에게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어쩌면 삶 자체가 거친 모래바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라마는 길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사막의 길을 따라 걸었다.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 보람일까. 저 멀리 한 무리의 낙타와 몇몇 사람들의 행렬이 보였다. 아마 누구라도 이런 사막에서 생명체를 만나면 진심 기쁘리라.
라마는 그들을 따라잡아 수피 성자에 관해 물었다. 다행히 그들은 쿠리 마을로 가는 사람들이었고, 그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가 산다고 했다. 친절하게도 그의 이름은 알 바스타미라고도 말해주었다.
라마가 알 바스타미의 천막에 들어섰을 때, 알 바스타미는 라완핫타(북인도 라자스탄의 민속 현악기)를 연주하며 나지막이 흥얼거리고 있었다. 라마는 신에 대한 찬가일 거라고 짐작하며 잠시 듣고 서 있었다. 라마의 존재를 알아챈 알 바스타미는 연주를 멈추고 라마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요?”
“저는 진정한 집을 찾고 있습니다.”
“진정한 집이라…. 신의 노래가 없다면 그건 진정한 집이 아니지.”
알 바스타미는 신의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붉은 모래바람의 언덕으로 라마를 데려갔다. 눈을 뜨고 있기에도 버거운 뿌연 모래바람이 웅웅 소리를 내며 길을 잃은 듯 갈지자로 불어대는 곳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마음의 길을 잃은 건 모래바람 속에서 쩔쩔매는 라마 자신이었다.
알 바스타미는 이런 라마에게 소리쳤다.
“바람에 저항하지 마시오. 그냥 바람에 몸을 맡기고 오직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시오.”
라마는 그의 말대로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윙윙하는 소리가 귀속을 파고들었다. 라마의 마음에 잠시 생각의 바람이 일었다. ‘그냥 시끄러운 바람 소리가 아닌가? 신의 노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라마는 곧장 생각을 놓아버리고 다시 소리에 집중해보았다. 소리는 점점 가슴속을 파고들더니 신기하게도 오묘한 선율을 만들며 내면의 음악이 되어갔다. 그럴수록 그의 몸은 마치 사막의 대추야자나무처럼 모래밭에 깊이 뿌리내린 듯 안정되어갔다.
마침내 소리는 모든 곳으로 퍼져나갔고 또는 모든 곳으로부터 오고 있었다. 라마는 자신이 소리 안에 있는지 소리가 자신 안에 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라마는 그가 말한 신의 노래를 알 것도 같았다.
밤이 되었다. 사막의 밤은 생각보다 훨씬 추웠다. 아마도 그 생각 때문에 더 추웠으리라. 라마는 알 바스타미의 천막 앞에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담요를 둘렀다. 타르사막의 밤하늘은 지금까지 봐 온 것과 확연히 달랐다. 별이 쏟아지는 것 같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황송하리만큼 불충분했다.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아예 별들 속에 드러누워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막의 밤은 그가 품었던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알 바스타미는 아까 낮에 연주했던 라완핫타를 켜며 흥얼거렸다. 사막이라는 무대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찬가와 찬란한 별빛 조명의 향연, 그리고 그사이를 간간이 오가는 바람의 노래가 라마를 신성한 축제로 이끌었다. 신이 감춰둔 세계를 잠시 허락한 것일까. 그토록 환희에 찬 밤하늘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그런 밤이 깊어갔다.
다음 날 아침 라마는 알 바스타미 스승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떠날 채비를 했다.
알 바스타미가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갈 작정이요?”
“딱히 정하진 못했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집은 이제 어디에 있소?”
라마는 어젯밤의 특별한 체험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알 바스타미는 다정하게 라마를 배웅하며 말했다.
“세상의 모든 소리에서 신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은 집에 도달한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