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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언 Nov 26. 2021

인문학적 요가 수업

나쁜 구멍과 좋은 구멍은 왜 괴로움과 즐거움이 되었나?


삶에는 괴로움의 요소가 참 많지요. 오죽하면 고해(苦海), 즉 괴로움의 바다라고 하겠습니까.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정통 철학파로 꼽히는 상키야(साङ्ख्य, sāṅkhya)에서도 첫 번째로 다루는 주제가 고통입니다. 붓다도 인생의 괴로움을 해결해보려고 궁을 떠났지요. 사실 인도 철학과 수행 전체가 괴로움의 완전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통 또는 괴로움을 대표하는 산스끄리뜨 어가 바로 두후카(duḥkha, दुःख)입니다. '나쁜'을 뜻하는 접두어 dus와 '구멍'을 뜻하는 kha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dus+kha=duḥkha가 된 거지요. s는 어디로 가고 ḥ가 있냐고요? 네, 말씀드리지요. 산스끄리뜨 연성 법칙(सन्धि, sandhi)에 따라 s가 무성음 kh(p, ph, k도 마찬가지입니다)를 만나서 ḥ로 변성한 겁니다. 


우리말에도 연성 법칙이 있지요. 구개음화, 자음 접변, 유음화 등등. 머리 아프다고요? 그냥 예를 들겠습니다. “한라산에 붉은 달이 떴다”는 “할라사네 불근 다리 떧따”로 발음이 바뀌지만 표기는 안 바뀝니다. 그런데 산스끄리뜨에서는 발음이 바뀌면 표기도 바뀝니다.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니 단어의 원형과 달라지고, 원형과 달라지니 사전 찾기에 애를 먹지요. 예컨대 사전에서 아무리 '불근'을 찾아도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산스끄리뜨 문헌을 독해하기 위해서는 연성 법칙을 완전히 숙지해야 한답니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나쁜 구멍은 왜 고통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두카와 정확히 반대가 되는 말이 수카(sukha, सुख)입니다. 편안, 안락, 즐거움을 뜻한답니다. su는 '좋은'을 뜻하는 접두어입니다. 그러니까 sukha는 좋은 구멍인 셈이지요. 같은 의문이 제기됩니다. 좋은 구멍은 왜 즐거움이 되었을까요?


이 구멍은 아무 구멍이 아니고 수레바퀴의 구멍을 뜻합니다. 수레바퀴 한가운데 정확하게 구멍을 뚫어야 수레가 순탄하게 굴러가겠지요? 반대로 정중앙이 아닌 곳에 구멍을 뚫어 바퀴축을 연결하면 수레가 오르락내리락하며 꿀렁꿀렁 굴러가겠지요? 이처럼 정중앙에서 벗어난 구멍은 나쁜 구멍이 됩니다. 정중앙에서 멀어질수록 꿀렁거림은 커지겠지요. 이런 수레에 타고 있으면 풍랑을 만난 배를 타는 것처럼 멀미가 날 겁니다. 허리도 엉덩이도 남아나지 않겠지요. 그래서 나쁜 구멍은 괴로움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좋은 구멍에 연결된 수레는 꿀렁거림이 없겠지요. 이런 수레를 타면 신발도 제대로 없던 시대에 걷는 수고도 덜어주고, 얼마나 편안하겠습니까? 인생이 탄탄대로지요. 탄탄(坦坦), 즉 굴곡 없이 평평해집니다. 불편이 다 제거된 상태지요. 그래서 좋은 구멍은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나쁜 구멍과 좋은 구멍이 괴로움과 즐거움이 된 이유를 이제 아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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