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금요일 저녁 꽉 막힌 남산터널,
멍하니 앞만 보고 있습니다.
어둑해진 유리창에 당신께서 떠오르고
제 눈 앞이 흐려진 건
오로지 차창에 이는 성에 때문입니다.
핸들을 잡을 필요도 없어 양손을 놓고,
가끔씩 브레이크를 밟은 발에 힘을 놓았다, 다시 밟기만 합니다.
완전히 무방비 상태의 저는
수도 없이 떠오르는 당신의 생각에
하는 수 없이 라디오 볼륨을 올릴 뿐입니다.
앞으로도 뒤로도, 좌회전도 우회전도 할 수 없는,
이 꽉 막힌 도로위의 차들과
당신 앞에 선 저는 많이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