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난처함을 당하거나 호소할 때 어떻게 위로해야 할 지 몰라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위로라고 하는 말이 너무 형식적이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묵묵히 있기에도 어려우니까요.
책을 읽다보니 이런 위로라면 내가 받아도 좋겠다 싶은 위로는 레이먼트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이름도 안나오는 빵집주인은 케이크를 주문했지만 약속시간은 물론이고 며칠째 찾아가지 않은 스코티 엄마에게 전화를 겁니다. 처음엔 알림전화였지만 독촉으로 그리고 다시 화풀이로도 전화를 걸게 됩니다. 사흘이나 지나 그 케이크는 팔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빵집주인으로선 화가 많이 날 수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스코티가 자동차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다가 끝내 죽었으니 스코티 엄마의 머리 속에 케이크 주문이 들어올 리 없지요. 빵집주인에게 스코티 엄마는 주문해 놓고 찾아가지 않은 진상 고객인 셈이고, 스코티 엄마에게는 누군가 장난전화를 걸어오는 셈이 된 것이죠. 결국 장난전화가 범인이 빵집주인인 것을 알아낸 스코티 엄마는 빵집으로 찾아갑니다.
자초지종을 안 빵집주인은 먼저 사과를 한 다음 빵과 커피를 가지고 와서는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라고 위로를 건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가슴이 먹먹하게 만듭니다.
또한, ‘아버지의 해방일지’에서도 다른 위로의 방법을 찾았어요.
군대는 언제 가냐는 아버지 질문에 친구가 화상입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좋겄네. 군대는 안 가겄그마. 새끼손가락에 화상을 입었으면 워쩔 뻔봤능가? 그랬으먼 군대도 가야 했을 판인디......”
친구를 볼 때마다 손가락 때문에 조심스러웠던 나는 아버지 말에 밥을 먹다 말고 사례가 들렸다. 친구는 느닷없이 박장대소했다. 나중에 그 친구가 그랬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한 게 우리 아버지가 처음이라고. 어쩐지 아버지 말에 지금까지의 모든 설움이 씻겨 내리는 것 같았다고.(p.141)
남의 상처를 들춰내는 것은 조심스럽지요. 자칫 조롱으로 느껴질 수도 있구요. 하지만 위로가 되기도 하네요. 아마 위로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아버지가 이런 말은 하지 않았겠지요. 그냥 평범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고 어떤 차별없이 대하는 근본이 있었기에 받는 사람이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 그래도 위로란 무척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