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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책담 Jun 21. 2023

난 어떤 책방을 꿈꾸는가?

 가게 문을 열고 커피머신의 스위치를 켭니다. 간단한 아침 청소를 하고 화초를 살펴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커피머신 예열이 끝났을 것입니다. 이제 커피 한잔을 뽑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시간이군요. 몇 페이지 읽지 못했는데 손님이 들어오네요. 손님은 책장을 둘러보다가 책 몇 권을 들고 오십니다. 책에 대해 간단한 대화를 하면서 계산을 합니다. 손님이 나가고 다시 앉아 약간 식은 커피를 마시며 마저 책을 읽습니다.


 2년 전 소원책담을 열었습니다. 위 모습은 책방을 열기 전 내가 그린 책방의 로망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을 생각하고 책방을 열었을까요? 아니죠. 제가 그 정도로 낭만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래도 내가 생각한 책방은 있었죠. 동네 사랑방과 같은 책방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랑방으로 단골손님도 생기고 그들과 함께 독서모임도 하면서 끈끈한 혜화동이 되는 모습을 그렸죠. 지금 소원책담을 보면 손님이 적다는 사소한 문제만 빼면 그렇게 조금씩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방으로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 현실을 감안하여 목표를 낮추고 낮추었습니다. 일단 비용을 많이 줄이기로 했지요. 주택가 한가운데 있지만 월세가 나가지 않으니 다른 가게보다 큰 이점이 있을 테고, 혼자 하니 인건비가 들지 않을 것이니까요. 두 가지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테니 어느 정도 수익이 있을 것입니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생활비는 약간 보태도 될 것 같았고, 아이들 등록금만 책임지면 될 것 같았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것도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비용을 아낀다는 것은 손실을 적게 만들 수 있어도 적절한 이익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2년 동안 인건비와 월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용돈 수준의 적자와 흑자를 넘나드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재작년보다 작년이 낫고 작년보다는 올해가 낫습니다. 조금씩 성장합니다만 그 속도는 아주 미미하답니다.


 매출이 적어 걱정하니 집사람이 "개인 사무실로 생각해."라고 위로해줍니다. 무척 고마운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제적으로 나에게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니 씁쓸합니다. 책방을 열려고 할 때 가족에게 얘기를 하니 첫째 아이는 찬성, 아내는 중립 그리고 둘째는 반대를 했지요. 나중에 아내가 암묵적 찬성을 하여 열게 되었답니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어떤 일을 하던 2년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업에도 희망이 보이는데요. 그런 면에서 성과가 적어 더 애를 태웁니다.


 처음엔 해보고 싶은 것이 여러 개 있어 이것저것 해보기도 했지요. 아이디어는 있는데 손재주도 없고 글솜씨도 없다 보니 이게 제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응이 없었던 것도 많고요. 혼자 생각하고 혼자 만들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던 것 같아요. 힘도 많이 빠지고 외롭기도 했답니다.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혼자 하기에 벅차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최근엔 그나마 이인경 선생님과 독서모임과 글쓰기 강좌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러 모임을 기획했습니다. 아직 시작단계라 정착되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혼자 생각하고 만들며 추진하는 것보다 짜임새가 있더군요.


 2년,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입니다. 소원책담이 성과가 만족할 만큼 되진 않았으나, 아껴주신 주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책방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것도 되었구나를 느꼈습니다. 2년의 세월이 그냥 흘러간 것 아니었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지난 토요일엔 8분이 모여 우리 책방의 미래에 대해 논의를 했습니다. 이제까지 성과를 묻히지 않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는 것, 그 변화는 '홀로'가 아닌 '같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같이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으나 우리들의 가치를 같이 만드는 과정이 더 소중합니다. 내가 꿈꾸는 책방의 모습도 변해갑니다. 홀로 커피 마시며 책 읽던 책방에서 같이 얘기하며 꾸려가는 책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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