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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책담 Jan 29. 2024

직관을 없애기 위해

내가 과학책을 읽는 이유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책마다 그 이유는 다르고 모든 것이 정답이다. 너무 아파 보여 눈을 감았던 것을 직시하게 만들어주는 책도 있으며, 이제까지 한쪽면만 바라보았는데 다른 쪽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말해주는 책도 있다. 그런 것을 직선적으로 보여주는 르포 형태의 글도 있고, 그들의 삶 속으로 푹 들어가 내면을 보여주는 소설도 있다. 이런 책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좁아지는 시야를 넓게 해 준다. 때로는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책도 유용하다. 이런 책은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도 하며, 전문성을 높여줄 수도 있다. 반면 이미 알고 있지만 헝클어진 생각을 정리해 주는 책도 있다. 정리 잘해주는 작가로 나는 유시민을 꼽는다.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몰랐거나 잘못된 경우도 있다. 게다가 흩어진 여러 지식을 한 묶음으로 모아둘 수도 있다. 자기 계발서를 잔소리하는 책이라 생각되어 별로 찾지 않지만 그래도 간혹 읽는다. 당뇨병 환자에게 초콜릿이 좋지 않은 음식이지만, 당이 떨어졌을 때 초콜릿을 먹으면 금방 당을 섭취할 수 있기에 종종 필요한 것처럼 자기 계발서도 종종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의 독서목록은 다양하다. 내 삶이 그만큼 다양한 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과학책을 왜 읽을까’를 쓰려고 했는데 서론이 길어졌다. 그럼 과학책을 왜 읽을까? 여기서 과학책은 교양과학서적에 한정한다. 교양과학서적은 비전공자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과학자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닌 우리가 물리학 책을, 천문학 책을, 생물에 대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사회과학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밀접한 관련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백만 광년이나 떨어진 별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몇 억 년 전의 생물과 그동안 진화과정을 소개한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단순히 지적 호기심으로 멀고도 아득한 세계를 알아보고자 읽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별 의심 없이 믿는 직관을 바로 보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만들어준다.



직관(直觀)의 뜻은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 지식을 얻음"이라고 다음 사전에 나온다. 나의 감각기관으로 느낀 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느낌대로 결정한다. 그러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직관적 판단은 옳은 결정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결정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직관적으로 판단하며 결정한다.


하지만 과학은 직관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묻기도 하고 따지기도 하면서 검증한다. 직관으로 본 지구는 평평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먼바다에서 다가오는 배가 돛 꼭대기부터 보이는 의문점을 시발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계산해 낸다. 직관만 가지고는 알 수 없는 사실을 세심한 관찰과 의문으로 직관적 사고를 떨쳐버리고 객관적 사고를 한 결과물이다. 시간은 다 똑같이 흐른다고 생각되지만 중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것은 직관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과학은 말해주고 여러 증거들을 밝힌다. 이렇게 과학은 직관으로 얻은 정보를 검증한다.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귀로 얻은 정보가 왜곡된 것일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좀 떨어져서 바라봐 객관적으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게 한다. 한편으로는 겸손을 알려준다. 아등바등 살고 있는 지금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고 넓어 보이는 땅도 아주 작은 공간이라는 것을 과학은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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