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고 생각되어 포기하려는 찰나 조그마한 희망이 찾았을 때의 놀라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소원책담 옆에 대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대나무 자라는 속도는 하룻밤에도 차이를 알아챌 만큼 빠른데요. 비가 오면 꽤 높이 웃자란 대나무가 빗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휘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가 불편을 겪어요. 작년에 너무 위로 자라지 말라고 제 키정도로 윗부분을 모두 잘라주었습니다. 그 후로 줄기차게 위로 옆으로 자라던 대나무가 점점 잎이 말라 노래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을이 되자 모든 대나무 줄기와 잎이 노래졌고요.
그렇게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오고 봄이 되어도 대나무는 마른 채 있었지요. 다 자르고 다른 나무를 심어야 하나 하며 고민할 즈음 다시 대나무를 보니 푸른빛이 돌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마른 잎이 많지만 그 사이사이 새 잎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마른 줄기라고 생각된 부분에서도 잎이 나고 있었어요. 언제 벨까 했는데 행동이 굼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입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였죠. 생명의 끈질김을 보니 신기하고 경이로울 뿐이었죠.
대나무를 보며 혼자 뿌듯해 있을 때 앞집 아저씨가 야구모자를 쓰고 골목을 쓸고 계셨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허리를 펴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데 많이 야위어진 모습인 거예요. 1주일 전과 비교될 만큼 얼굴과 목이 휑하더라고요. “사장님 많이 야위었어요.” 앞집 아저씨는 몇 달 전 위암 판정이 났고 항암치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힘들 때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안 좋아 보였고 얼굴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어요.
“이젠 항암치료도 중단했어요. 췌장등 다른 곳에도 전이된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항암을 그만두니 밥맛은 좀 돌아오네요.”
항암치료를 하면서 밥맛이 없지만 암을 이겨내기 위해 억지로 먹는다고 며칠 전에 말씀하셨어요. 그 사이 상태가 더 안 좋아져 보였답니다. 예전에 치매 어머니를 몇 년째 모시면서 가끔 들려 어려움을 토로했었어요. 생업을 포기하면서 어머님을 모시는 모습에 “사장님은 참 효자예요.”라고 하면, “젊었을 때 무지 속 썩였죠” 하며 웃으셨습니다. 자신이 암에 걸린 것을 알고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면서 자신이 먼저 갈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분입니다.
전 위로를 참 못합니다.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야 상대에게 힘이 될까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지면서 말문을 막아버린답니다. “그래도 끝까지 해 봐야죠.” 얼어버린 내 입을 앞집 아저씨가 풀어줍니다.
“우리 집 대나무도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아저씨도 힘내세요.”라는 말을 차마 덧붙이지 못했지만 응원 보내고 싶어요. 사실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