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성 인간과 본질에 대하여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 7』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평소에 잘 읽지 않던 SF 소설이라 더욱 신선했고,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존재론적 철학,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문제, 타자에 대한 혐오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 중 절반 정도가 영화를 이미 본 상태여서, 소설과 영화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소설은 미키가 죽음과 재생을 반복하며 겪는 ‘나’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내면의 심리 묘사가 훨씬 풍성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반면 영화는 마샬 부부의 기괴한 캐릭터와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연출을 통해 주제 의식을 압축적으로 전달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특히 영화에만 등장하는 마샬 부인의 존재는 마샬 부부의 캐릭터를 더욱 극단적으로 부각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의 핵심 개념인 ‘익스펜더블’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단순한 영생이 아니라 ‘고통의 반복’으로 정의했습니다. 미키는 도박 빚이라는 막다른 상황에서 스스로 이 길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발적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죽음의 공포는 결코 익숙해질 수 없을 것이고, 주변 인물들이 미키를 ‘다시 태어나면 그만인 존재’로 대하며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태도는 생명 경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뜨겁게 논의된 주제는 익스펜더블이 현대 사회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노동자들과 닮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고, 사고가 나면 즉각 대체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익스펜더블의 처지와 겹쳐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특히 20대 보수들이 “내가 쿠팡이다”라고 외치며 회사 측을 옹호하는 모습은, 스스로를 ‘나는 소모품이다’라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어 아이러니를 더했습니다.
‘테세우스의 배’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긴 항해를 하며, 그 과정에서 부서진 부분을 계속 고쳐 나갑니다. 결국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원래의 부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 배는 출발할 때의 배와 같은 것일까요? 이 질문은 미키 7과 복제된 미키 8이 같은 인물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신체 세포가 바뀌고 기억이 백업되어 동일하다면 같은 사람으로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분기된 시점부터는 서로 다른 인격으로 존중받아야 하는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더 나아가 치매 환자의 사례처럼 기억이 상실되거나 왜곡될 때,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까지 이어졌습니다.
소설 속 ‘골트’ 행성의 멸망사는 절대적 자유라는 명분 아래 극단적 개인주의와 이민자 혐오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경고하는 장치로 읽혔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채 ‘철저한 자유와 자립’만을 내세우는 공동체는 결국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고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SF가 주는 낯선 설정은 오히려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먹는 ‘사이클러 페이스트’를 보며, 음식의 질감과 맛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덕분에 우리가 누리는 사소한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소설의 결말을 통해, 험난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폭탄(무기)’이 곧 자존감이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모임을 마무리했습니다.
모임일시 : 2026. 1. 8(목) 오후 7시 30분
참석인원 : 9명
소원책담 44번째 소목회에서